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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늑대는?"…파리 'K북' 관심 뜨거워

김용운 기자I 2016.03.21 06:16:00

프랑스 파리도서전서 한국 주빈국 참석
수교 130주년 기념 문화교류
한국책 500종 전시·판매
황석영·한강 등 작가 30명 초청
강연·사인회로 현지독자와 소통
웹툰·웹소설 등 IT출판 콘텐츠 눈길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연 제36회 파리도서전 내 한국관을 찾은 프랑스 독자들이 한국작가들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파리=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그림 속 늑대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요?” 다섯 살 남짓한 프랑스 꼬마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국인 최초로 안데르센상 후보에 오른 아동작가 이수지가 대답했다. “그건 우리 안에 있는 착한 마음과 나쁜 마음 중에 나쁜 마음을 뜻해요.” 그러자 다른 150여명의 아이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손을 들며 한국에서 온 그림책 작가에게 궁금증을 쏟아냈다.

백발의 할머니부터 어린 학생까지 프랑스 독자가 모여있는 또 다른 곳에서 소설가 김영하는 “지금의 한국 젊은 작가들은 황석영·이문열 등 분단체제를 다뤘던 이전 세대 작가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질문에 나름대로 응전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래서 이방인의 시선이 보는 남한세계를 다루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국문학 내에서 젊은 작가들이 추구하는 경향에 대해 설명했다.

◇파리도서전 주빈국 ‘한국’ 관심 뜨거워

한국작가들이 프랑스에서 가장 큰 도서전인 파리도서전을 통해 유럽 진출의 토대를 쌓았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연 제36회 파리도서전에는 소설과 시, 아동책과 웹툰 등 분야를 망라한 한국작가 30명이 주빈국 초청작가 자격으로 참석해 나흘간 프랑스 현지독자들을 만났다. 도서전 기간동안 프랑스 정부를 대표해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과 오드리 아줄라이 문화부장관도 한국관을 찾아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작가들의 강연과 대담에는 프랑스독자들이 자리를 꽉 채워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관과 파트너십을 맺은 프랑스의 대형서점인 지베르 조세프는 한국관 내 불어판 한국 문학작품을 비롯한 500여종을 전시·판매해 프랑스독자에게 다양한 한국작품과 출판물을 알렸다.

파리도서전 내 한국관을 찾은 프랑스독자들이 전시된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이수지·김영하·이승우·한강 등 주목

도서전 동안 화제가 된 것은 안데르센상 후보에 오른 이수지 작가의 강연이었다. 도서전 내 프랑스국립도서센터 문학살롱에서 연 이수지 작가의 강연에 몰린 프랑스 어린이 150여명은 어른들의 대담 못지않은 진지한 태도로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이 작가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호기심은 프랑스나 한국이 다르지 않다”면서도 “이곳 아이들의 상상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는 18일 주빈국관 이벤트홀에서 연 ‘한국문학의 새로운 경향’이란 강연을 통해 “이방인의 시선으로 남한을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소설의 흐름에 대해 프랑스 독자들에게 전했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 인지도가 높은 소설가 이승우를 비롯해 최근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에게도 프랑스 독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30여종의 한국서적을 번역·출간한 프랑스 출판사 드크레센조 관계자는 “파리도서전에 3년 전부터 매년 부스를 차리고 있다”며 “한국소설의 판매율이 해마다 20% 이상 늘어나고 있고 올해는 특히 김애란·정유정 작가에게 독자들이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도서전에서 주빈국 초청작가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작가들이 한국관 개막식을 기다리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한국관’ IT접목 출판 콘텐츠로 차별화

도서전 내 설치한 한국관은 IT기술을 접목한 출판콘텐츠로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퍼엉 작가의 일러스트를 비롯해 웹툰과 웹소설 등 한국에서 강점을 보이는 콘텐츠 출판에 대한 현지 관계자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았다. 일러스트작가들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네이버는 가지고 온 2만장의 일러스트 홍보물을 모두 소진했다.

파리에 거주 중인 독자 크리스티앙 하브앙 씨는 “파리 시민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며 “문학 외에도 웹툰과 일러스트 등 이곳에서 보기 힘든 한국의 신선한 콘텐츠가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즉석 드로잉으로 만화를 그리는 김정기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 한불 문화교류 ‘상징성’ 더해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파리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석한 한국은 이번 도서전을 통해 양국 간 문화교류를 돈독히 했다. 개막식에 이어 18일에도 한국관을 찾은 오드리 아줄라이 프랑스 문화부장관은 “프랑스는 문화가 심장이고 문화의 중심에는 책이 있다”며 “책을 통한 양국 간 문화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나흘간 도서전 기간 중 현장에서 팔린 한국서적의 프랑스어판 저작권은 약 1만권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이번 파리도서전을 통해 유럽에서 한국 출판물의 진출과 한국작가에 대한 소개가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20일까지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연 제36회 파리도서전 내 한국관 전경(사진=김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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