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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또복권밖에 기댈데가 없는 세상

논설 위원I 2016.01.28 03:00:00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3조 2570억원에 이르러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전년보다 6.8% 증가한 규모다. 그러나 복권 판매액이 늘었다고 해서 박수를 치거나 즐거워할 일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자기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복권에 기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다. 스스로 노력하기보다 한탕에 의존하겠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복권이 술·담배처럼 대표적인 불황 상품으로 꼽힌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가 침체된 탓에 모두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서도 복권사업만은 재미를 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상이 팍팍해지고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복권 판매량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난해에도 로또복권 판매점이 전국적으로 346곳이나 늘어났고, 내년 말까지는 모두 8000곳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한마디로 ‘인생 역전’이다. 2002년 국내에서 로또복권이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내걸렸던 광고 문구다. 회사 월급이나 치킨집 수입으로는 흙수저 신세를 좀처럼 면하기 어려운 탓에 단박에 금수저 대열에 올라서겠다는 뜻이다. 매주 실시되는 추첨에서 거액의 당첨금을 거머쥐는 행운의 주인공들이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웬만한 돼지꿈으로는 당첨되기 어렵다는 것이 처음부터 수학적으로 계산이 나온 마당이다. 설사 당첨된다고 해도 그 행운을 끝까지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은 세상살이의 또 다른 교훈이다. 한몫에 움켜쥔 돈다발이 땀을 흘리며 어렵게 벌어 차곡차곡 통장에 쌓는 돈과 같을 수는 없다. 복권에 당첨된 결과 오히려 패가망신에 이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경험적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정부가 사행심리를 은근히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로또복권 판매수익 가운데 일부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활동에 지원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복권을 구입하는 자체가 선행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생색을 내고 있는 셈이다. 복권 구입은 행운을 시험하는 호기심 차원에 머물러야 한다. 사회가 건강하지 않을수록 복권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경각심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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