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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탓에…..올해 해외건설 작년보다 30%줄어

박태진 기자I 2015.12.01 06:00:00

11월 말까지 406억 달러 수주
2010년 이후 최저치 전망
동남아·북미로 사업 확대해도
저가 수주로 실적 쌓는데 한계
내년에도 저유가 지속 가능성
빗장 풀린 이란시장에 기대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올해 해외 건설 수주가 부진해 실적이 당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해외사업 관련 부서는 요즘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A대형건설사 관계자)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55억 달러를 수주하며 누적 기준으로 7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2015년을 한 달 여 남겨둔 이 시점에서 지난해(약 660억 달러)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연구기관들도 지난해까지 수주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2014년 말부터 불어닥친 저유가 영향으로 올해는 전망치 설정을 아예 포기했다. 2015년 해외건설 수주(계약)액은 최근 5년 새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2010년 이후 최저치가 예상되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5년 평균 수주액·500억 달러 달성도 힘들 듯

국토교통부는 작년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망치를 700억 달러로 잡았지만, 실제 수주액은 660억 993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토부는 국제 정세 불안과 유가 하락 등의 영향에도 전년 수주액(652억 1166만 달러)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달 29일 현재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 42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0억 8809만 달러)의 7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사 종류별로는 플랜트 등 산업설비 수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439억 63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인 234억 4000만원으로 급감했다. 토목과 건축이 각각 67억 8200만 달러와 66억 4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주액을 보면 산업설비가 토목이나 건축보다 4배 가까이 된다.

해외건설은 1966년 사상 처음 1100만 달러를 수주한 이래 비상한 발전을 거듭해왔다.1974년 2억 6057만 달러를 거쳐 1996년 107억 7929만 달러, 2010년(715억 7881만 달러)에는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500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치를 기록할 위기에 빠졌다. 올해의 경우 2010~2014년 평균치(65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커졌다. 29일 기준 수주액은 최근 5년간 평균치와 약 247억 달러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기봉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작년 말부터 저유가의 영향으로 올해 해외건설 시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관련 세미나에서 ‘불확실성’이 화두가 됐을 정도로 수주 실적 부진은 예견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UAE 사브 해상 원유 및 가스처리시설 공사 현장.[사진=현대건설]
◇진출 국가 다변화…아시아서 추가 수주 기대

대형 건설사들은 수주 텃밭이었던 중동 지역을 뛰어넘어 다른 나라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진출 국가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북미 지역으로도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동남아시아와 선진국(호주·캐나다 등)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등에서 수주 실적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동남아시아와 중남미를,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중동 외 동남아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현대산업개발은 중남미(볼리비아)와 인도에 진출했다. SK건설도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업체별 수주액은 △현대엔지니어링 53억 7833만 달러(계약 건수 15건) △삼성물산 43억 5179만 달러(8건) △GS건설 41억 8811만 달러(8건) △SK건설 41억 7182만 달러(2건) 등이다. 연말까지 추가로 수주가 기대되는 곳은 아시아 국가들이다. 건설사들이 올해 중동을 제외한 지역 중 활발하게 수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진출 국가수는 작년보다 늘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올해 건설사들이 진출한 국가는 106개국으로 작년 동기(95개국)보다 12% 증가했다. 진출 국가가 늘었다고 해도 저가 수주의 영향으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진출 국가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저유가의 영향으로 쉽지 않다”며 “예전만큼 큰 금액은 아니지만 꾸준히 추가로 수주할 수 있는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해외건설 시장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핵 협상 타결로 개방된 이란 시장에서 발주가 이뤄진다면 업계에 새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저유가 쇼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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