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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파생상품 되살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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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15.07.30 04:15:00

투자규제 강화와 과세로 국내 파생상품 고사위기
올들어 거래 늘고 신상품 잇단 상장에 회복 기대
양도세 과세-ELS규제 재고해 시장 되살려야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국내 파생상품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200지수선물과 옵션은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하면서 우리 금융상품으로는 보기 드문 히트작으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경제활력이 죽어 시장 변동성이 죽고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금융당국이 규제를 강화한 탓에 최근 몇년간 코스피200선물과 옵션 거래는 급격하게 줄었다.

주식과 채권, 통화, 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파생상품은 큰 레버리지를 노리는 투기거래(speculation)로 인해 촉발되는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거나 현물과 선물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무위험 차익거래의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유용한 투자수단이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적정한 현물가격을 발견해주는 순(順)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전세계 증권거래소들은 앞다퉈 각종 파생상품을 상장시키고 있고 파생상품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가간 경계를 뛰어넘는 거래소간 합종연횡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파생상품의 투기거래만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각종 규제를 덕지덕지 부과하는 시대역행적 행보가 계속돼 왔다. 위험한 투자상품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개인투자자들의 파생상품 진입장벽을 높였고 이는 투기거래 급감과 시장 유동성 위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기계적인 과세 형평성을 이유로 우정사업본부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했고 이로 인해 무위험 차익거래시장을 외국계들에게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세수마저 줄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올들어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올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시장 전체 거래량은 총 388조815억계약으로 작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2%나 늘었다. 또한 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거래소가 계약당 거래금액을 크게 낮춰 투자자 접근성을 높인 미니코스피200선물과 옵션상품을 새롭게 상장시킨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코스닥 개별주식선물까지 상장하기로 하는 등 파생상품시장 부활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상황은 녹록치 않다.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는 정부가 발의한 코스피200선물과 옵션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법안까지 처리를 앞두고 있다. 또한 시장 변동성이 떨어지고 장기간 저금리가 지속되는 시대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넘쳐나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은 천편일률적으로 투자위험이 높은 상품이라고 간주해 상품 판매단계에서부터 서슬퍼런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장 참가자들이 모여있고 그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시장은 그 자체로 생명을 지닌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다. 유기체는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면서도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파생상품시장 역시 유기체로서 그런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인위적인 규제보다는 긍정적인 쪽으로 진화해가도록 주변환경을 우호적으로 조성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지난 2012년 이후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한순간에 건강을 잃었고 아직까지 인공호흡기를 채 뗴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 치료가 필요한 시기인데도 의사(=당국)는 환자(=파생상품시장)를 방치한 채 스스로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으라고 종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파생상품시장이 기력을 회복해 힘겹게 침대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시기다. 투자상품 다변화는 물론 고용 창출과 세수 증대, 정부가 목표로 하는 금융허브화 등에 기여할 수 있는 파생상품시장 부활을 위해 모쪼록 당국과 정치권이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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