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사용을 줄인 사용량 감소 장려금은 6118곳에 118억원, 저가구매 장려금은 1114곳에 166억원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려금은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나온다. 과연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싸게 구매했다고 인센티브를 받는 게 타당할까?
의약품을 싸게 구매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시장형실거래가)는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보험상한가 1000원인 의약품을 요양기관이 500원에 구매하면 약가차액 500원 중 일부를 병·의원이 챙기는 방식이다. 이때 500원에 거래된 1000원짜리 약의 보험상한가는 전체 거래가격을 조사해 일정 비율로 내려가는 구조다.
의료기관이 실제 거래한 가격을 신고하도록 유도하면서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의료기관이 공개입찰 등을 통해 의약품을 보험상한가보다 싸게 구매하고도 상한가대로 신고하는 관행이 지속됐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보험상한가와 구매가와의 차액을 지속적으로 챙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병원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이 제도의 가장 불합리한 조항으로 지목하는데 이견이 없다.
김성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의약품을 저가로 구매한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한국 의약품 시장 특성상 공급자 과열경쟁으로 저가구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급자끼리 자율경쟁을 하는데 ‘슈퍼갑’에 장려금까지 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실거래가상환제에서 의료기관이 실제 거래가격을 정부에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인데, 이를 준수했다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실제 거래가격을 숨기고 비싼 가격으로 정부에 신고하는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시장형실거래가는 일본과 대만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병원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제약업계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병원과 제약사간 거래 관계를 무시한 행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거래 특성상 ‘갑’의 지위에 있는 병원이 제약사에게 의약품을 저가로 팔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병원 압박으로 의약품을 싸게 공급하면서 이미 손실을 감수했는데 후속조치로 약가를 깎으면 비싸게 공급하라는 의미나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시장형실거래가는 시행과 유예가 반복되면서 제약업계에 혼선을 부추겼다. 이 제도는 2010년 10월 시행됐지만 2012년 일괄 약가인하가 시행되자 2년간 시행이 유보됐다.
복지부가 지난해 재시행 움직임을 보이자 제약업계가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 지난해 9월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이라는 제도로 재등장했다. 기존의 ‘저가구매 인센티브’에 ‘약품비를 줄이는 병원에 장려금을 주는 방안’이 결합됐다. 복지부는 병·의원 등이 의약품을 보험상한가보다 싸게 구매할 때 주는 인센티브를 70%에서 30%로 축소했다. 여기에 요양기관이 처방·조제 약품비를 줄이면 감소분의 10~50%를 돌려주는 사용량 감소 장려금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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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실거래 가격을 신고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 주는 것은 재정절감에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재정절감 정책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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