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획재정부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AIIB 창립회원국 수석교섭관 비공개회의에서 중국은 25~30%, 인도는 10~15% 수준으로 각각 1위와 2위의 출자(지분)를 차지할 것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0월 AIIB 설립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다섯 번째로 마련된 회의다.
중국의 지분은 당초 50% 가까운 수준이 검토됐지만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할 것이라는 각국의 우려가 반영돼 30%에 못 미치는 20% 후반의 지분으로 조율 중이다. 그러나 출자 비율 변경 등 중요 의제에 관해서는 의결권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이것이 사실상 중국의 거부권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3%대 후반 지분율로 중국·인도·러시아·독일에 이어 5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회의에 참석한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역내 국가들의 지분은 72~75%이며 유럽 등 비아시아권이 나머지 지분을 가져가겠다고 전했다.
회원국들의 지분 배분은 AIIB 의사 결정 및 운영 효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AIIB는 각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구매력평가(PPP)를 6대 4 비율로 합쳐 지분율 비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 22일 회의가 끝난 후 “싱가포르 회의에서 AIIB의 정관에 해당하는 협정문에 대한 회원국의 합의가 이뤄졌다”며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협정문에 대한 서명식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IB 관련 협의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계획하고 있는 대로 빠르면 올해 말 창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달 협정문 서명을 하고 각국의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느라 공식 출범이 내년 초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점쳤다.
천캉(陳抗)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 교수는 “AIIB의 지금까지 공개된 정책을 보면 간결성과 명확성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AIIB가 주창한 ‘간결, 명확, 투명, 녹색’ 등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창립회원국들과 이사회 이사진이 본부에 상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AIIB의 의사결정 평등화와 관료화 억제 등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AIIB의 설립이 다른 국제기구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가오수차오(高樹超) 싱가포르관리대학 교수는 “AIIB는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의 소통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각 기구는 긍정적인 경쟁을 하면서 거대 이슈에 대해서는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