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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생태계,대기업 흥망성쇠에 좌우되는 트리클다운효과 가속화

채상우 기자I 2015.02.25 03:00:00

시대별 대기업 업종별 호·불황에 울고웃는 벤처업계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대기업 영향은 불가피, 상생환경 조성해야"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국내 벤처업계의 흥망성쇠가 대기업의 업종별 호·불황에 따라 좌우되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효과(trickle down, 낙수효과)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트리클다운이란 대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궁극적으로 벤처,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전체적으로 경기가 활성화된다는 경제 이론이다.

24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벤처기업이 처음 등장한 1990년대 중반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을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의 벤처기업 설립이 붐을 이뤘다. 벤처기업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98년 당시 전체 벤처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업종 투자 비중은 46.4%에 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IT업종 벤처기업이 더욱 늘어나면서 벤처기업 투자의 절반 이상(52.3%)이 IT업종 벤처기업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9년 설립된 네이버다. 네이버는 이듬해인 2000년 한게임을 인수하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성공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IT벤처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초 미국 최대 인터넷 사업자인 ‘AOL’이 무리하게 타임워너와 합병을 하면서 촉발한 IT기업들의 도산은 닷컴버블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국내 IT업종에 대한 투자도 줄기 시작했다. 2005년 IT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2840억원으로 전체의 37.5%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국내 벤처기업 투자동향은 대기업의 업황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IT서비스에 대한 전체 투자규모는 급격히 감소했지만, 삼성전자 휴대폰인 애니콜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IT제조업은 오히려 투자가 늘어났다. 실제로 2002년 전체 벤처투자 규모의 27.4%(1695억원)를 차지했던 IT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2005년 29.2%(2209억원)까지 증가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벤더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한 덕분이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국내 조선업계의 성장은 전기·기계·장비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끌어 올렸다. 당시 국내 조선업은 수출시장 점유율 29.5%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2002년 9.1%(562억원)에 불과했던 전기·기계·장비 업종에 대한 벤처 투자비중은 2010년 19.6%(2141억원)까지 증가했다. 전기·기계·장비 업종에 대한 투자는 2011년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후 중국 조선업계의 강세에 밀려 국내 조선업이 하향세로 돌아서자 다시 감소해 2013년 16.6%(2297억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벤처기업 투자가 대기업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대기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이를 완벽히 극복하기란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동시에 카카오톡과 같은 성공 벤처기업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2015년들어서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IT서비스, 바이오 분야 벤처투자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IT서비스는 분야 투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가 세계적 히트모델로 자리매김하면서 급성장한 사례다. 올해 IT 서비스에 대한 벤처투자비중은 지난 2010년(7.4%)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13.5%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모든 벤처업계 투자동향이 대기업의 흥망성쇠에 달린 것은 아니다. 2012년 8.5%에 불과했던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신규 투자규모는 지난해 17.6%까지 급증했다. 여기에는 셀트리온과 레고캠바이오 등 신생업체들이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바이오·의료 분야에 대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영향이 컸다. 업계는 올해 바의오·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가 2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대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국내 벤처투자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이오 분야의 경우는 자체적인 벤처 성공 신화가 벤처투자 확대를 일궈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투자 동향. 벤처캐피탈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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