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중산고 “혁신교 포기”..흔들리는 서울형 혁신고

조용석 기자I 2014.12.16 07:00:00

중산고 학부모 83% ''혁신교 반대''
학운위 의견만 반영.."예견된 반발"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주요 교육정책인 ‘서울형 혁신학교’가 암초를 만났다. 혁신학교로 신규 지정된 중산고등학교가 돌연 ‘지정 취소’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취소 요청을 받은 지 열흘이 넘도록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답변을 이루고 있어 일선 학교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 중산고 학부모 88% “혁신교 반대”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 안팎으로 운영되고 교사와 학생이 맞춤형 교육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교육이다. 진보교육감의 주요 정책이기도 하다. 서울은 2011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지난달 28일 신규 지정된 중산고는 내년부터 혁신학교로 운영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산고의 혁신학교 지정이 알려지자 지역 예비 고등학생 학부모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혁신학교 지정으로 인해 학력 수준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다.

실제 올해 서울 10개 혁신고 중 8곳은 201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국·영·수에서 모두 시내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삼각산고 등은 혁신학교 지정 기간 오히려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 취지는 좋지만 진학 실적을 내긴 어려운 구조다.

외부 반발이 거세지자 중산고는 지난 4일 “혁신학교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지정 철회 공문을 서울 교육청에 발송했으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당했다.

이에 중산고는 1·2학년 학부모 9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답변한 922명의 학부모 중 87.7%(809명)가 반대했고 찬성은 고작 12.3%(113명)에 불과했다. 중산고는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를 첨부해 11일 시교육청에 다시 지정 철회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중산고 관계자는 “혁신학교 지정 이후 예비 고등학생 학부모와 재학생 학부모로부터 무수한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며 “우수한 자원들이 우리 학교에 오지 않는다면 정말 큰 피해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18일까지가 일반고 원서접수 기간인데 그전에 서울교육청에서 꼭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학운위 의견만 반영… “예견된 반발”

의견 수렴 과정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있다.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소속 학부모의 동의비율만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중산고 관계자는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님들이 교장 혹은 교사들의 의견에 쉽게 반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학부모 전수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강남의 A고등학교 교감은 “강남구에 자리한 중산고가 혁신학교로 선정됐을 때부터 다소 의아했다”며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좋은 혁신학교 모델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 지정 2년 후에 중간평가를 통해 지정이 취소될 수는 있지만 혁신학교 확정 직후에 이처럼 철회 신청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중산고의 경우 지정을 철회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산고 1·2학년 학부모 대상 혁신학교 찬반 설문결과(자료: 중산고)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