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은 삼성전자로부터 배워야 한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최근 여권에서 혁신의 롤모델로 떠오른 삼성전자도 실은 혁신 컴플렉스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엎은 사례는 거의 없었던 탓이다. 반도체·액정화면(LCD)·TV·휴대전화 등은 모두 기존의 것을 벤치마킹해 1등을 따라잡았던 경우다. 세계인들의 삶의 방식 자체를 바꿔놨던 애플 아이폰 같은 혁신은 찾기 어려웠다.
혁신(革新)은 가죽을 벗겨낸다는 의미다. 기존의 것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전세계 산업계를 뒤흔드는 ‘IT 공룡’ 삼성전자(005930)도 컴플렉스가 있을 정도라면, 혁신이란 말의 무게감은 상상 그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갑자기 새누리당에 혁신이 화두다. 7·30 재보선을 한달 가량 앞둔 지난 1일 당 혁신위원회를 꾸렸으며, 김무성 대표 등 신임 지도부도 연일 혁신을 입에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절반 만큼이라도 혁신하고 도전하자”고 한 것도 새누리당이다.
그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작지 않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말로만 혁신을 외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새누리당은 이에 고개를 가로젓지만, 그 전에 먼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놓았던 정치쇄신안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면책특권 제한 △불체포특권 폐지 △재보선 원인제공자 비용부담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 등이 대표적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엔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게 더 문제다. 여권 한 의원은 “제살을 깎아먹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의원이라면 모두 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7·30 재보선 공천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 인사에 대한 비판은 의원들의 주특기이지만, 정작 자신들에겐 관대하다. 이번에도 예의 ‘돌려막기’ 공천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당의 선거 경쟁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곤 하지만, 혁신이란 슬로건이 어딘가 모르게 민망한 처사다.
세계를 제패한 삼성전자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성공적인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가 되기 위한 작은 혁신들이 수없이 많았다. 삼성 종합기술원 같은 곳에서는 세계인들의 일상을 바꾸기 위한 기상천외한 기술들을 향한 도전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혁신을 입에 올리려면, 뱉었던 약속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그 진정성을 겨우 인정받을 수 있다. 혁신은 그리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 관련기사 ◀
☞삼성, 인텔 이어 구글과도 사물인터넷 협력
☞삼성의 웨어러블 파트너는 언더아머?
☞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도 현안과 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