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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RBS도 "美자산 절반 축소"..연준규제 `후폭풍`

이정훈 기자I 2014.03.03 07:33:51

`대형은행 규제 면하려`..RBS 美자산 1000→500억불
맥이완 CEO "수익 안나는 사업 규제 묶일 이유없다"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영국 최대 국영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자산을 줄이기로 했다. 이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에 이은 두번째 사례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외국계 은행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RBS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운영하던 브로커-딜러사업부문인 RBS증권의 자산을 절반 이상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총 자산규모가 1000억달러(약 106조7500억원) 이상 수준인데, 이를 500억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는 연준이 외국계 대형 은행들에 대해서도 미국 대형 은행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법안을 지난 18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데 따른 것으로, 이에 따르면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외국계 은행들은 미국 영업을 위해 별도 자본으로 미국내에 중간 지주회사를 설립해야만 한다. 또 더 강력해진 자기자본비율을 적용받는 동시에 긴급상황에서도 30일 이상 견딜 수 있는 유동성비율을 갖춰야만 한다.

결국 RBS의 행보는 이 규제의 기준이 되는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RBS는 ‘자산규모 100억달러 이상’이 기준인 중소형 외국계 은행에 대한 규제는 계속 적용받게 된다.

RBS는 RBS증권 자체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지만, 일부 사업과 트레이딩 북(book·계정)을 폐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스 맥이완 RB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지도 못하는 사업을 자본 규제에 갇혀있도록 할 생각은 없다”며 이번 조치가 연준 규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지난달말에도 도이체방크가 미국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대략 4분의 1에 해당되는 1000억달러(약 107조1500억원)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법인의 총자산은 4000억달러 수준인 도이체방크는 자본 집약적이면서도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환매조건부채권(리포) 사업을 대대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도 다수의 외국계 은행들이 도이체방크나 RBS와 같이 미국 법인내 사업규모를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100여개 외국계 은행 가운데 미국내 중간 지주회사를 가진 곳은 24군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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