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의 제품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체 간 과열경쟁으로 다국적제약사만 실속을 챙긴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최근 한국MSD의 골다공증치료제 ‘포사맥스’의 국내 판매를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포사맥스는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리는 장수제품이다. 지난 2008년 4월부터 대웅제약(069620)이 판매했지만 2012년말 MSD와의 계약 만료 이후 이번에는 한미약품이 판권을 가져갔다. MSD 입장에선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을 공동 판매하고 있는 한미약품을 포사맥스의 새로운 판매자로 낙점한 것이다.
한국BMS제약은 지난 2012년 12월 보령제약(003850)과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를 공동판매키로 했지만 1년 만에 제휴 관계를 청산했다. 기대만큼의 매출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자 종전대로 BMS가 독자적으로 판매키로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베링거인겔하임의 일반의약품 9개 품목을 판매했지만, 지난해 계약 만료 이후 판권을 되돌려줬다. 대웅제약이 팔았던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는 지난해 계약 만료 이후 유한양행에게 넘어갔다.
바이엘의 일반의약품은 국내업체 2곳이 담당한다. 2011년부터 동아제약이 ‘아스피린’ 등 일반의약품 8개 품목을 판매하고 ‘카네스텐’, ‘사리돈에이’ 등 7개 품목은 일동제약이 지난해 6월부터 영업에 돌입했다.
이처럼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등의 악재로 영업환경이 열악해진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제약사 간 제휴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이해관계에 따라 제휴 파트너 교체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특히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는 실적으로 직결돼 국내 제약사들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업계 1위로 등극한 유한양행은 도입 신약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9316억원으로 전년대비 22%나 성장했는데 베링거인겔하임과 길리어드로부터 도입한 ‘트윈스타’, ‘트라젠타’·‘트라젠타듀오’, ‘비리어드’ 등의 판매로만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권을 확보하려는 국내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일동제약이 바이엘의 일반의약품 판권을 가져갈 당시 3, 4개 업체가 마지막까지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을 도입하려는 국내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다국적제약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부 제품은 국내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다국적제약사만 실속을 챙기기도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