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꽃피는 춘삼월의 첫날 중부지방에는 눈이 내렸다. 기온도 뚝 떨어지는 등 꽃샘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가 있었다.
주식시장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코스피가 사상최고치(2121포인트)를 경신하자 2300~2400포인트를 논하던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1800~1900포인트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논점이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에서 `어디까지 내릴 것인가`로 바뀐 것이다.
지난달 코스피는 1940선 마저 내주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동안만 13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 달 지수급락의 원인이었던 악재가 해결되지 않은 채 3월을 맞게 됐다는 점이다.
리비아 민주화 시위사태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확산될 지, 이에 따라 유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 지가 이달에도 핵심변수로 작용할 듯 하다.
당분간 중동 사태 추이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과 전망에 따라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하는 `천수답`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이번달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대거(856억유로) 도래하는 만큼 남유럽의 재정문제가 재차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3월은 선물옵션만기일이 있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재기되고 있어 당분간 조정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수가 조정을 받더라도 조정폭은 지난달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노출된 악재들인 만큼 심리적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조정폭이 커진다 해도 악재 해소에 따른 반등 기대감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강화된 국제사회의 공조체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유엔안전보장 이사회가 리비아 제재 결의를 채택한 데 이어 리비아의 유혈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군사적 대응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무고한 리비아 시민에 대한 보호 차원일 수도 있겠지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회생시킨 세계 경제의 훼손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리비아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은 경기가 회복하기 시작하는 선진국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태로 인한 펀더멘털의 훼손이 없다면 반전의 계기는 결국 경기 모멘텀이 될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에서 알 수 있듯 미국 경기가 꾸준히 회복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도 반등이 기대된다.
아울러 최근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는 점도 지수 반등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제 3월에 내리는 눈과 꽃샘추위가 낯설지 않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거쳐가는 관문이라 생각하면 견딜만 하다. 꽃샘추위가 지나면 진짜 봄이 온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했던가.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매서워도 봄은 오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