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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집착 안하겠다는 금호, 구조조정 칼자루 어디로?

김국헌 기자I 2009.12.27 11:06:54

산은, 개입강도 크게 강화할 조짐
금호 "뼈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 진행"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경영권에도 집착하지 않겠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계열사 자산매각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7일 이런 입장을 내놓았다. 
 
"사면초가 상황 아니냐", "오너가 뭔가 내놓아야 할 것이다" 등 시장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팔아야 할 물건(자산)들이 잘 팔리지 않고 있다. 팔았다고 대외적으로 발표까지 했는데 "물건(아시아나IDT)을 안 사겠다"며 되돌려 보내는 매수자가 있는가 하면,  물건(금호생명) 사기로 계약해 놓고 "돈이 없으니 기다려 달라"며 속타게 만드는 일도 생겼다.
 
물건(대우건설)을 사겠다고 나타난 사람들이 있지만, 금호 입장에서는 크게 미덥지 않아 누구에게 팔아야 하나 이리저리 저울질만 한창인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기 위해 출자전환에 나설 거라는 설이 흘러다니고 있다.  금호 오너의 사재출연 필요설도 나오고 있다. 뭔가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압박이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금호생명, 아시아나IDT 등 계열사 매각이 지지부진했던 탓에 구조조정의 칼자루가 금호에서 채권단으로 본격적으로 넘어갈 태세라는 분석들이다.

◇금융권, 개입강도 커질듯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금호 주도의 구조조정에 긍정적이던 산업은행에 지난 18일부터 기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대우건설 매각 불발에 대한 차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금호생명 인수금융을 대기로 했다.

금호생명 매각과정이 인수자측의 자금난으로 정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고, 아시아나IDT 매각은 불발로 최종결론나면서, 그동안 방관했던 금융당국도 개입할 조짐이다.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FI) 17곳도 풋백옵션 행사 1개월 유예에 동의했지만, 대우건설 매각성공 여부에 여전히 확신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금호는 금융시장에서 단기자금을 겨우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잃었고, 한국기업평가는 금호산업의 신용등급을 한계단 하향 조정하면서 금호 핵심 계열사의 등급 하향을 예고했다.

금호가 점점 어려운 상황에 몰리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주주의 사재 출연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그룹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도 배수진치고 최악 대비 

어쨌든 금호와 FI 모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금호가 져야 할 책임의 범위다.

금호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을 FI에 넘기는 것, 산업은행이 PEF를 통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것, 금호 채권단이 FI와 금호의 지분을 받아 대우건설을 공동관리하는 것 등 대우건설(047040)을 포기하는 선에서 책임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인식은 이것이 부족하다고 보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출자전환을 통해 계열사 경영권을 채권단이 가져가는 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이 여의치 않자, 금호 역시 일단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듯 보인다. 하지만 포기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지난 21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12.7%를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은 의미심장한 신호다.

금호산업이 대우건설 풋백옵션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안에서 지분을 주고받기 했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에선 금호산업(002990) 계열분리 가능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수진을 치고 핵심 자산을 헐값에 내놓고 있지만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며 "완전이든 부분이든 자본잠식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금호산업 상황을 고려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의 사재 출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박삼구 그룹 명예회장과 아우인 박찬구 전 그룹 화학부문 회장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사재출연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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