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숙현기자] 외국인이 국채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물지 않게 된다. 또 재외동포 등 비거주자가 주택을 구입할 경우 양도세가 한시적으로 감면된다. 재외동포가 `재외동포전용펀드`에 투자해 발생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투자금액 1억원까지 비과세된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장기화로 우리 경제에 파급되는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유동성 공급 확충과 경제활성화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이같은 세법개정을 오늘 4월 임시국회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외국인 채권 투자 이자소득세 면제
정부는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이 국채와 통안채에 투자해서 얻은 이자소득에 대한 소득 및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세금 면제 적용대상에는 신규 발행하는 국채 및 통안채 뿐만 아니라 유통중인 국채·통안채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내에 직접 계좌를 개설하는 직접 투자 외에 국세청장이 승인한 적격 외국금융기관을 통한 간접투자에도 이같은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를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외국인이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면 약 10%의 세금을 내야한다. 이에 따라 조세조약상 원천징수가 면제되는 프랑스, 아일랜드, 태국 등 3개국의 투자비중이 비거주자 투자액의 60%를 상회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미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 14개 나라에서 외국인의 채권 투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외국인 채권 투자가 활성화 돼 외화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세제 감면으로 인한 투자수익률 상승에 따라 투자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투자수요가 늘어나면 국채 발행금리가 인하돼 향후 국채 발행으로 인한 재정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는 "현재 기준으로 세수가 1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발행금리 하락으로 재정부담이 줄어 세수감소분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로 인해 대표적 글로벌 국채 투자지표인 WGBI(23개국 정부채로 구성된 투자 인덱스)에 우리나라 국채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협상할 때 원천징수 부분을 없애게 되면 (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 경우 100억달러 내외의 외자유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법 개정에 따른 국내 거주자의 우회투자(일명 `검은 머리 외국인`)를 우려, 패널티 부과를 통한 조세회피 방지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 재외동포 주택 양도세 한시 감면
재외동포 등 비거주자가 취득하는 기존주택에 대해서도 한시적으로 양도세가 감면된다. 이달 16일부터 내년 2월 11일까지 취득하는 기존주택이 대상이다.
현행법상 그동안 2주택자나 3주택자들에 대해 각각 50%, 60% 세율을 적용해왔다. 정부는 이를 대폭 손질해 다주택자에게도 양도세 기본세율(6~33%)을 적용하는 한편, 양도소득세 10% 세액공제를 신설키로 했다.
비거주자가 미분양주택을 구입할 경우에도 거주자와 동일하게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감면받는다. 이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을 제외한 지역은 5년간 양도세가 전액 면제되고,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5년간 양도세 60%가 감면된다.
이와 함께, 미분양주택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세도 감면된다. 이번달 16일부터 올해 말까지 펀드에 가입한 경우 2012년 연말까지 지급받는 배당소득이 감면 대상이다.
정부는 투자금액 1억원까지 배당소득을 비과세하고 1억원을 초과했을 때는 국가별 조세조약에 따른 제한세율을 적용해서 분리 과세하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은 15%, 중국은 10% 등의 제한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 재외동포 전용펀드에 세제 지원
비거주자인 재외동포가 이달 16일부터 2010년 말일까지 `재외동포전용펀드`에 가입하면 2012년 말일까지 펀드로부터 지급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펀드별 투자금액 1억원까지는 비과세하고 1억원 초과분은 5%의 저율과세를 적용한다. 펀드 가입조건은 가입자 전원이 재외동포여야 하고 국내자산(유가증권, 부동산 등)에만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환율상황에 따른 투자 이점이 있는 상황에서 세제지원을 추가할 경우 재외동포 여유자금의 국내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