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도네시아의 푸른 보석 ‘빈탄’, 적도의 낭만을 품다

강경록 기자I 2024.12.13 04:30:00

인도네시아의 푸른 보석 ‘빈탄’
없는게 없는 거대 휴양단지 ''빈탄리조트''
세계 100대 골프장과 13개 리조트 갖춰
리조트 벗어나도 숨은 매력 가득해
니모 등 열대어 손에 닿을 듯 ''니모 아일랜드''
사막 속 에메랄드빛 호수 ''파시르 비루'...

[빈탄(인도네시아) 글·사진=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인도네시아 빈탄 라고이 해변, 작은 바의 한구석에 자리 잡고 칠흑 같은 밤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그곳에 스며드는 순간들을 느꼈다. 귓가를 스치는 바람, 쉼 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 그리고 익숙한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취기 어린 웃음소리. 모든 것이 조화롭게 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 주변이 고요해지며 시간마저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때였다. 바람이 속삭이듯 귓가를 스치고 조용히 지나갔다. 예고 없이 다가온 그 속삭임은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남기며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괜찮아. 이대로도 충분해” 그 짧은 한마디는 나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때때로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들에서 위안을 얻는다. 손끝에 스며드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 혹은 소소한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안도감. 그 작은 순간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감싸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미 충분하다고 속삭이는 듯이. 라고이 해변에서 느꼈던 그 순간도 그러했다.

인도네시아 빈탄의 빈탄리조트는 13개의 고급리조트와 4개의 골프장, 워터파크, 사파리까지 다양한 시설이 어우러진 거대 휴양시설이다. 사진은 라고이 해변에 자리한 포포인츠 쉐라톤 호텔의 야경
인도네시아 빈탄 북쪽 해안에 위치한 빈탄리조트는 라고이 해변을 끼고 고급리조트 등이 들어서 있다.
인도네시아 바탐 뽕구리 페리터미널은 바탐과 빈탄을 잇는 여러 항로가 있는데 그중 여행객들은 쾌속선을 타고 넘어갈 수 있다.


◇ 낭만과 모험이 가득한 빈탄

바탐 뽕구르 페리터미널. 적도 아래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은 바탐에서 빈탄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설렘이 시작되는 곳이다. 현지인은 물론 전 세계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뱃길이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빈탄의 모습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워 마치 호수 건너 작은 마을처럼 친근하다.

바탐과 빈탄을 잇는 항로에는 여러 배가 오갔다.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과 묵직한 화물선 사이를 가로지르며 쾌속선은 빠르게 빈탄으로 향한다. 약 30분의 짧은 항해지만, 바다의 비릿한 내음과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배가 닿는 곳은 반다르 벤탈 텔라니 터미널. 빈탄섬 북쪽 해안에 위치한 빈탄리조트의 입구 중 하나다. 빈탄리조트는 철저히 관리된 사유지로, 투숙객과 허가받은 사람들만이 출입할 수 있어 한층 안전하고 평화롭다.

물놀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빈탄리조트 내 ‘트레저베이’는 천국같은 곳이다. 투명한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거대 라군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물놀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빈탄리조트 내 ‘트레저베이’는 천국같은 곳이다. 투명한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거대 라군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물놀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빈탄리조트 내 ‘트레저베이’는 천국같은 곳이다. 투명한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거대 라군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빈탄리조트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13개의 고급 리조트와 4개의 골프장, 워터파크, 사파리까지 다양한 시설이 어우러진 거대한 휴양 단지다. 한때 국내에서 허니문 여행지로 큰 인기를 끌었던 빈탄리조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고 다채로운 매력을 더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다양한 숙박 옵션에다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볼거리와 신나는 즐길거리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다.

물놀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트레저베이’는 또 하나의 천국이다. 투명한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거대한 라군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패들보드, 제트스키 등 다양한 수상 레포츠와 함께 육지에서는 맹그로브 카약, ATV, 양궁 등 모험적인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사파리 라고이’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곳. 느긋한 걸음으로 한 시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는 이 사파리는 코모도 왕도마뱀과 호랑이 같은 희귀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전담 가이드가 들려주는 재미난 동물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자연 속에서 동물들과 교감하는 이 순간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빈탄리조트는 위시리스트 최상단에 올려야 하는 곳이다. 세계적인 골프 설계자들이 디자인한 네 개의 골프장 중에서도 ‘리아 빈탄’은 ‘골프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 중 하나로, 초록빛 페어웨이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빈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파사르 비루’는 모래사막(또는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 뜻의 ‘구룬 파사르 부숭’과 푸른 오아시스(인공호수)를 뜻하는 ‘텔라가 비루’를 합친 말이다. 사막같은 풍경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장면을 연상케한다.
인도네시아 빈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파사르 비루’는 모래사막(또는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 뜻의 ‘구룬 파사르 부숭’과 푸른 오아시스(인공호수)를 뜻하는 ‘텔라가 비루’를 합친 말이다. 사막같은 풍경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장면을 연상케한다.
인도네시아 빈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파사르 비루’는 모래사막(또는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 뜻의 ‘구룬 파사르 부숭’과 푸른 오아시스(인공호수)를 뜻하는 ‘텔라가 비루’를 합친 말이다. 사막같은 풍경에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장면을 연상케한다.
모래사막(또는 소금사막)이라고 불리는 뜻의 ‘구룬 파사르 부숭’


◇반나절 간 찾아낸 빈탄의 숨은 매력

리조트를 벗어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빈탄의 매혹적인 장소들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반나절. 가이드에 이끌려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니모 아일랜드’였다. 스노클링 애호가들에게 마법 같은 장소다. 빈탄리조트에서 차를 타고 섬의 동쪽으로 약 1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니모 아일랜드’라는 곳으로 30여 분 더 가야 한다. 거친 파도를 넘어가며 힘들게 수상 가옥에 도착하며 새로운 풍경에 입이 쩍 벌어진다. ‘적도의 이국적인 풍경에 정답이 있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상가옥에서 바라본 풍경은 꿈속에서 본 듯한 낯설고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물 위로는 투명한 햇빛이 반짝이며 잔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영롱한 파스텔톤으로 물들어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름 그대로 ‘니모 아일랜드’의 물속은 애니메이션 속을 걷는 듯하다.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는 붉고 노란 작은 물고기들과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물속에서 반사되는 빛의 일렁임은 마치 보석처럼 반짝여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든다.

이곳에선 숙박도 가능하다. 만약 하룻밤을 이곳에서 보낸다면 잊지 못할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별이 쏟아지는 엄청난 광경을 볼 수 있을 겁니다”라는 그의 말에 솔깃해져 귀국 날짜를 미루고 싶어졌다.

니모아일랜드 수상가옥에서는 스노클링 등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물 위로는 투명한 햇빛이 반짝이며 잔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영롱한 파스텔톤으로 물들어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니모아일랜드 수상가옥에서는 스노클링 등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물 위로는 투명한 햇빛이 반짝이며 잔물결 위에서 춤을 추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영롱한 파스텔톤으로 물들어 있다.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다음 목적지는 ‘파시르 비루’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곳이다. 빈탄을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꼭 들르는 곳이라는게 가이드의 설명. 파시르 비루는 모래사막(또는 소금사막이라고도 불림)이라는 뜻의 ‘구룬 파시르 부숭’과 푸른 오아시스(인공호수)를 뜻하는 ‘텔라가 비루’를 합친 말이다. 사막 같은 풍경에 에메랄드빛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이름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입구는 이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멀리서 보아도 황금빛 사막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SF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모래사막은 따스한 햇살에 부드럽게 반짝이며,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알들이 춤을 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한쪽에서는 고운 황토색 배경 위에 선명한 원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포즈를 취하며 화보 촬영을 하듯 사진을 찍고 있다.

인공호수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호수는 에메랄드빛 물빛으로 맑게 빛나며, 수면 위에 비치는 구름과 하늘은 신비로운 그림처럼 느껴진다. 관광객들은 줄을 서서 핸드폰과 카메라로 아름다운 순간을 담느라 분주하다. 어린아이들은 모래 언덕을 달려 내려오며 웃음소리를 터뜨리고, 연인들은 손을 잡고 호수 앞에서 다정히 사진을 찍는다. 간혹 꽃을 든 커플이 천천히 걸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곳 풍경과 묘하게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빈탄을 떠나기 전, 가만히 눈을 감고 이곳에서의 시간을 되짚어 본다. 따뜻한 햇살 아래 느낀 평온함, 맑은 물속에서 마주한 신비로운 세계, 그리고 황금빛 사막과 에메랄드 호수의 환상적인 풍경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함께 웃고, 감탄하며 보낸 시간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마음 한편에 오래도록 남을 추억이 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아쉬움 속에서도 빈탄에서의 이 순간들은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줄 것 같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네시아가 내게 선물한 빈탄의 빛나는 조각들. 그 따스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길 꿈꾼다.

◇여행메모

▶가는 길= 제주항공은 지난 10월부터 주 4회 일정(수·목·토·일)으로 신규 취항했다. 이 노선은 제주항공의 첫 번째 정기노선이자 단독 노선이다. 이제 단 6시간 30분이면 바탐 섬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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