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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 이후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은 HUG로부터 대위변제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이후 채권자인 HUG가 든든전세용으로 ‘셀프 낙찰’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로 채무자가 된 집주인이 경매 개시 시작일 이후 또 다른 단기 임대를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실적으로 HUG 직원들이 경매 대상 물건을 미리 찾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낙찰 이후에나 해당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
HUG도 무단 임차인에 대해 당황스러운 입장이다. 통상 무단이라 칭하지만, 이들이 설사 전입신고를 안 했더라도 집주인에게 세를 주고, ‘점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민법상 불법은 아니다. 집주인 역시 재산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일반적으로 개인·법인 낙찰자들은 이런 임차인을 협상을 통해 내보낸다. 협상마저 안 되면 명도소송, 법원 강제집행 등이 이뤄지는데 현실에서는 이 단계 전에 거주자가 대부분 집을 비운다.
문제는 HUG가 일일이 협상을 하러 다니기 어렵다는 것이다. HUG는 올해 3500가구, 내년 6500가구 등 총 1만 가구를 낙찰받는다는 계획이다. 이중 절반인 5000여가구가 무단 임차인이라 가정하고, HUG가 주택관리업체를 통해 하청을 주더라도 건건이 협상하는 게 시간과 인건비 상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다.
특히 일부 악성 무단 임차인들은 ‘이사비’ 조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공기관이 사연이 다른 불특정 다수 무단 임차인에게 ‘현금’을 지급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HUG는 협의가 안되면 강제집행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또한 걸림돌이 많다. 명도소송은 통상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만일 악성 무단 임차인이라면 이 기간이 1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강제집행 비용 또한 추후에 무단 임차인에게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당장 나가는 금액을 더 해보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까다롭긴 하지만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때 물건 ‘강제관리’를 신청하는 등 법 절차가 있긴 하다”며 “무단 임차인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찰을 받기 전에 미리 현장을 가서 ‘HUG에서 매수를 해도 될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점검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