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국국제경제학회장에 취임한 원용걸 서울시립대 총장은 최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올해 우리 경제의 위험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확률이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가져오는 위험을 가리킨다. 그는 “정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 정리 과정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결합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위기 시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이 충분한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
물가도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달 연속 3.1%로 여전히 목표수준인 2%랑 먼데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정상화 문제도 남아있다”며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까지 감안하면 하향세를 보이던 물가가 하반기에 다시 뛸 수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국제 경제 지형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그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국내 산업도 이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재편 돼야 한다”며 “중국과도 수출보다 수입 의존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핵심광물에 대한 다변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
-올해 한국 경제 어떻게 전망하는지.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특별히 나아진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4%로 코로나19 위기 상황인 2020년(-0.7%),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고금리 지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은 물론 반도체 부분도 상당히 어려운 사이클이었던 영향이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 4분기 이후로 회복되면서 수출 부분에 긍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미국의 고금리가 상반기까진 지속되면서 내수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가계와 기업 부채가 과도하게 쌓여서 소비나 투자가 일어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요기관에서 전망한 성장률 역시 2.2%~2.4% 수준으로 작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지.
△고금리 상황 속의 부채 문제다. 미국이 하반기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는 연말쯤에는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과도한 부채를 정리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가계부채는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를 적용하는 등 노력으로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규모가 큰 부실기업 부채에는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이 잇달아 발생했지만 구조조정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최근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기업 대출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좀비 기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합위기에 대비한 재원이 충분한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
-물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및 국제유가 상승세로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지난달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국제 유가는 물론 총선 이후에는 공공요금 정상화 문제도 남아있다. 물가도 걱정이지만 현재 불합리한 공공요금은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가스, 기름값은 오르는데 공공요금이 그걸 못 따라면서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두부값이 두부를 만드는 재료인 콩값보다 싼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오랫동안 가격을 억제하면 한꺼번에 압력이 폭발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고통이 불가피하더라도 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수단을 활용해 구조적 문제는 해결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내수 부진도 문제다. 정부가 해결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
△미국이 금리인하를 하기 전까지는 통화정책의 여지가 없다. 정부가 더 적극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금은 세입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인데 국채를 발행하면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금리를 올려 민간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생산성 높지 않은 일자리에 재정을 지원하곤 했는데, 그런건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건 감세 정책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는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경제쪽에서는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양쪽 모두 미국 내에서 고용하고 생산하라는 것이 시그널이다. 다만 정책 수단이 관세인지 보조금인지만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국내 산업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노동집약적이거나 표준적인 조립산업은 해외로 내보내고,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국내 일자리를 육성해야 한다. 아세안·멕시코 등 제 3국을 통해서 우회 수출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아래에 보조금과 불공정 무역을 다루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처럼 중간 규모의 통상 중심 국가는 규범에 기반한 안정적 국제통상 환경이 필요하다. 유럽이나 베트남 등 비슷한 중규모 국가들끼리 공조해서 WTO와 같은 기구를 다시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앞으로는 수출보다 수입에 더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대(對) 중국 수입의존도가 22.2%로 처음으로 수출의존도(19.7%)를 상회했다. 이 중에서 핵심광물이나 2차전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는다. 향후에 우리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에 대해서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험 관리 및 핵심광물 수입 다변화도 함께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