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공백기, 내년엔 없어야[기자수첩]

이다원 기자I 2024.02.20 06:00:00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최근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고심에 깊다. 정부가 아직 차종별 전기차 국고 보조금을 확정하지 않아 구매 시점이 밀리고 있어서다. 한 소비자는 “정부가 미리미리 준비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가 국고 보조급 지급 기준과 차종별 지급액을 확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별 보조금을 공고하게 되는데, 이는 내달에서야 가능할 전망이다.

제조사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열두 달 중 서너 달은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야 한다. 연말에는 지자체 보조금이 남은 지역에서만 전기차 판매가 이뤄지는 데다, 국고 보조금조차 없는 연초는 판매량이 사실상 제로(0)다. 연간 판매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공장을 멈추고 보조금 개편안을 기다리는 상황이 생긴다.

매년 보조금 공백이 발생하면서 제도의 취지도 무색해진다. 전기차 보조금은 친환경차 보급을 늘려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미래차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보조금에 따라 판매량이 오르내리면서 인프라 확충은 더뎌지고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외면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정부는 정책 입안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변화하는 전기차 산업 생태에 맞춰 보조금 기준과 금액을 설계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효율적이고 신속한 행정 절차와 제도가 필요한 때다. 이미 정해진 사업인데다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가 급변하는 만큼 제도적 효율성을 발휘할 필요가 커졌다. 일각에선 매년 기준과 금액이 바뀌면서 구매자와 제조사 모두 혼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는 전기차 보조금의 궁극적 목표인 탄소중립은 달성하기도 어렵다. 구매자는 전기차를 선택하고 제조사는 전기차로 얻은 수익을 인프라 구축과 신기술 개발에 투입하는 친환경 차 생태계를 조성할 발 빠른 정책 대안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10일 서울의 한 전기차 충전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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