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수요는 괜찮다"…올해도 美 올인하는 K배터리

하지나 기자I 2024.02.05 06:02:02

가파른 성장세 꺾이며 4Q 실적 부진에도
LG엔솔, 6개월 만에 8000억 회사채 발행
전기차 둔화 우려에도 투자 기조는 '유지'
낙관론 속…보수적 삼성SDI, 투자 가속화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6월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한 지 6개월 만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우려에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며 올해도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예고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LG엔솔, 8000억 회사채…글로벌 증설 투자

4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일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2년물 1200억원, 3년물 3600억원, 5년물 2400억원, 7년물 800억원 등 총 8000억원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첫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 결과 최초 예정금액 5000억원의 9배가 넘는 4조7000억원이 몰렸고 발행금액은 총 1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외화채 발행 시장에서 총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그린본드를 발행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회사채 발행 자금의 대부분을 혼다JV, 스텔란티스JV, 북미 현대차JV 합작법인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침체 우려와 실적 부진 속에서도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2조163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12월 출범 이후 3년 만에 2조원대로 올라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최근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된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2501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그친다.

삼성SDI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22조7083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 36.5% 줄었다. 오는 6일 실적발표를 앞둔 SK온 역시 폭은 줄겠지만 적자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었다.

◇북미시장 정조준…공세적 투자 기조 유지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북미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전기차 가격 인하 및 보급형 모델 출시 등으로 소비자 구매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도 “주요 조사 기관에 따르면 북미는 IRA 영향으로 연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5년 이후 본격적인 배터리 시장 성장기에 대응하고자 신규 거점 캐파 증설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기존 라인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들어서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둔화하는 ‘캐즘(Chasm)’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기존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선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 관련 설비투자에 10조9000억원을 집행했으며 올해도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8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 것이다.

그동안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나타냈던 삼성SDI도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초 2025년 가동 예정이었던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을 연내 조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현재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2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북미 공장이 없는 삼성SDI는 아직 IRA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SDI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5조~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CAPEX 규모(3조원대 추정)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업은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라면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상당한 규모의 자본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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