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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연말까지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입국하는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은 10만명으로 예정됐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비전문 외국인력(E-9 비자)을 고용하는 제도다.
올해 E-9 비자의 도입 규모(쿼터)는 12만명이다. 올해 도입 예정 인원은 쿼터보다 2만명 덜 들오는 셈이다. 한 해 도입 인원이 쿼터보다 2만명 가량 차이가 나는 건 이례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쿼터가 각각 5만6000명, 5만2000명이었지만, 입국인원은 6688명과 10만501명에 그쳤다.
다만 외국인의 입국 자체가 매우 어려웠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2만명 가량 차이가 발생하는 건 고용허가제가 처음 도입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의 경우 쿼터는 6만9000명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들어오지 못했던 외국인력까지 도입돼 총 도입인원은 8만8000명을 넘었다.
쿼터에 비해 도입 인원이 2만명이나 적은 이유로는 대폭 늘어난 쿼터에 비해 도입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점이 꼽힌다. 올해 쿼터 12만명은 고용허가제 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쿼터였던 6만9000명도 5만명 수준을 유지하던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지만, 올해는 거의 두 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정작 E-9 외국인력을 도입하는데 필요한 인프라나 지원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에선 확대된 쿼터에 맞춰 외국인력을 신청하고도,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당장 일손이 필요해 인력을 신청했는데, 인력이 오지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가 없어서 쿼터를 못 채운 건 절대 아니다”며 “중소기업체에서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외국인력을 도입하기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하는 사증(비자)발급인정서 처리 절차가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9 외국인력 도입을 원하는 사업주는 고용부의 허가를 받은 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비자발급인정서를 받아야 한다. 인정서를 받은 뒤 필리핀, 베트남 등 송출국으로 보내면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입국이 진행된다. 그런데 첫 단계부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지적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구출입국사무소 같은 경우 인정서 평균 처리 일수가 24일에 달하고, 인천출입국사무소는 4차 신청의 경우 미처리율이 32%까지 나온다”며 “외국인력이 필요해 신청해도, 인정서 발급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니 외국인력 도입의 시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자가 발급되면 송출국으로 넘어가 대사관에 제출하고, 입국 전 교육과 항공편 예약까지 하다 보면 실제 인력 도입까지는 석 달에서 넉 달까지도 걸린다”며 “근로계약이 체결되고 나서 인력이 신속하게 들어와야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 정부에 건의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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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11월부터 5차 신청을 받고 있어 올해 들어오지 못한 인원은 내년 연초까지 모두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외국인력 도입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나 지원은 같은데 도입 규모가 3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력 한 명의 도입 절차도 복잡해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는 목소리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국에 외국인력 도입을 담당하는 인력이 180명 정도가 10만명의 고용허가서 발급을 담당하고 있다”며 “담당자가 신청한 사용자에게 외국인 근로자를 3배수로 알선하고, 적격자를 선정하고, 고용허가서를 발급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고”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담당 직원들은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리며 거의 탈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다. 내년엔 E-9 외국인력 쿼터는 올해보다 4만5000명 늘어난 16만5000명이다. 그러나 외국인력 도입을 담당하는 인력과 지원은 그대로인 수준이다. 심지어 전국에 분포된 약 40곳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고용부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관리 체계를 바꿨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업무 부담만 더 가중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준비 없이 쿼터만 늘린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며 외국인력 관련 지원과 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인력 도입 인프라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있다고 쿼터만 늘리는 건 의미가 없다”며 “외국인에 대한 정주여건 마련부터 차별까지 다양한 문제가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인프라 구축에 더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