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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간담회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송에서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지 1주일 만이다. 정부는 ‘권고’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가격 인하 압박을 높이는 모양새다. 라면의 원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인하하게 되면 라면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원료(밀) 가격은 많이 내렸는데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을 좀 더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엄포했다.
정부가 특정 상품에 대한 가격 인하 권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부총리는 지난 2월에는 소주 가격 인상 조짐 보이자 “업계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업계가 주워료인 주정(에탄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소주값을 올리려는 찰나에 나온 발언이다. 이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주요 식품기업 대표들과 만난 뒤 업계에서는 당분간 소주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인위적 가격 통제 범위가 넓어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부자재 및 제반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제품 가격을 누르면 추후 ‘폭탄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밀 가격 내림세를 근거로 돌연 라면업체를 저격했는데, 실제 라면 원가에서 밀가루 비중은 높아봐야 20% 초반대에 불과하다”며 “전분, 스프, 포장재 등 다른 원부자재를 비롯해 물류비, 인건비, 전기세까지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주류업체 관계자도 “원가 부담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일정 부분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큰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도 국민 물가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의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개별 품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뿐 아니라 시장경제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격 개입은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고, 실질적으로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영향도 크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구조 선진화·효율화 등을 통해 물가 관리를 할 수는 있지만 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해서는 안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