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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반도체 관련주를 폭넓게 추종하는 KRX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6포인트(0.05%) 오른 2862.44에 거래를 마쳤다. KRX반도체 지수는 3월 하순까지 2400~2600선에서 움직였다. 이후 지난달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공개 전후 반등세를 타 한때 3000선을 찍고, 최근에는 2700~29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횡보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8조원의 적자를 내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서 4조58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에서 분기 적자를 낸 것은 2009년 1분기(-71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3조4023억원의 적자를 기록,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부진이 예상되는 메모리 레거시(구형) 공정 제품 위주로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2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부터 재고 안정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디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 가이던스가 시장 수준의 10% 초반인 가운데 재고 하락을 언급했다는 점은 예상보다 큰 폭의 감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재고 하락과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폭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다면 업황을 바라보는 시장 관점도 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으로 장비 업체들의 매출 축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방 기업들의 신규 투자 축소로 장비 공급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단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장비주에 대한 투자 심리는 개선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축소 효과가 확대되면서 업황 개선 시점이 앞당겨지면 반도체주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주들도 함께 부각되며 서서히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사업다각화 여부에 따라 주가 상승률이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했다. 다운사이클에서 업사이클로 전환하면 투자 확대 효과가 장비사 전반에 공통적인 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한다. 사업 다각화로 실적 경쟁력까지 갖추게 될 경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성엔지니어링(036930)과 피에스케이(319660)를 장비사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면서 “업황 회복만 바라보는 현재 시점에서는 중화권, 비메모리, 태양광 등 올해 실적변수 다각화 효과가 큰 장비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