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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제작진이 직접 참여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무대·의상·소품까지 원작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으로 제작된다. 뮤지컬 넘버 또한 마돈나, 비욘세, 아델 등 세계적인 팝 가수들의 히트곡 70여 곡을 ‘매시업’(mash-up·여러 곡을 하나로 합치는 것)한 음악으로 구성하면서 높은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CJ ENM 측의 설명이다.
CJ ENM 관계자는 “‘물랑루즈!’는 전 세계 공통으로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무대·의상·소품·가발 등을 국내가 아닌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제작하며, 오리지널 제작진이 국내 제작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일반적인 국내 작품보다 제작비 규모가 크다”며 “한국 뮤지컬시장 특성상 오픈런(공연이 끝나는 날짜를 않고 진행하는 공연)이 아닌 리미티드 런(공연이 끝나는 날짜가 정해진 공연)으로 운영돼 제작비 규모에 맞춰 티켓 가격을 책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다음 달 17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VIP석 티켓 가격은 16만원이다. 김준수, 박강현, 고은성 등을 필두로 한 40여 명의 배우들을 비롯해 대규모 제작진이 참여하다 보니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티켓 가격도 높게 책정됐다. 쇼노트 관계자는 “물가 상승(2022년 7월 기준 전년 동월비 6.3% 인상)에 따른 무대 세트, 조명, 의상 등의 제작비용이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인건비가 상승해 티켓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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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물가 상승 여파에 따른 티켓 가격 인상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무작정 티켓 가격만 올려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뮤지컬 제작 환경의 변화를 꾀하지 않고 티켓 가격만 올린다면 잘되는 공연만 잘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결국엔 관객도 떠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티켓 가격을 안정화하려면 그만큼 공급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장기 공연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장기 공연 시스템이 어렵다면 뉴욕시처럼 우리도 뮤지컬을 문화예술 활동의 일환으로 바라보며 정책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거나, 뮤지컬에 대한 투자를 보다 쉽게 하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등의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처럼 관객이 부담 없이 뮤지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티켓 정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뮤지컬 티켓 가격을 평균적으로 따져 보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트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지만, 문제는 객석 등급에 따른 가격 편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라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당일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로터리 티켓’, ‘러시 티켓’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관객이 보다 다양한 통로로 뮤지컬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