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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채용시장 열렸지만…증권사 문은 바늘 구멍

김인경 기자I 2022.09.19 06:12:00

한투, 공채 돌입…"증권사 역량은 사람에게서 나와"
삼성·신한·키움·NH도 하반기 공개채용 시작
대다수는 ''수시채용''…지점 줄고 IT·IB 니즈 높아져
실적도 반토막…"경력, 검증됐다 해도만 새 인재 키워야"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하반기 채용이 시작됐지만 여의도는 잠잠하다. 최근 증권사들의 신입 공개 채용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만 대규모 공개 채용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다수의 증권사들은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며 검증된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반기 대규모 공채 증권사는 절반 수준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투자증권이 연세대에서 신입사원(5급 정규직)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하반기 공채에 돌입했다. 이 자리에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증권사의 역량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면서 “대규모 공채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기에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투는 직무역량평가와 1·2차, 최종면접 등을 거쳐 70명가량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삼성증권 역시 삼성계열사들과 함께 하반기 공채를 실시한다. 삼성증권은 두자릿수의 인원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올 하반기 약 3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신한금융투자는 10월께 하반기 채용 규모와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키움증권도 내달 중 20~30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뽑는다. 하지만 채용 인원도 많지 않은 데다 그나마 공개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분기 증권사 실적 1위를 차지한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 필요한 사업부에 따라 충원이 있을 수 있지만, 규모나 시기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신입과 경력을 수시채용 방식으로 101명 뽑았다”면서 “코로나19 이전부터 공채 개념은 따로 두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지난 5월부터 공개채용을 시작해 9월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만큼, 하반기 별도의 채용은 없다. 하나증권은 채용연계형 인턴 모집을 진행 중이고 다른 부문은 수시 채용으로 인재를 선발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대규모 공채 대신 2011년부터 수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신증권 역시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며 공채는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키움·메리츠·대신·KB·하나·신한) 중 절반이 하반기 공채에 나서지만, 나머지 절반은 필요에 따라 소규모 채용으로 인력을 뽑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실적 반토막…‘검증된 경력으로 눈 돌려’

증권사 채용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영업점을 줄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10위 증권사의 영업점 수는 2019년 12월 575개에서 지난 6월 518개로 57개(9.9%) 줄었다. 약 2년 반 만에 영업점 10곳 중 1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투자은행(IB) 부문과 정보기술(IT)·디지털 관련 직군의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관련 경험이 있는 경력에 더 집중하게 됐다.

게다가 ‘동학개미 운동’이 활발했던 최근 몇 년과 달리, 증시 상황이 악화하고 증권사들의 벌이도 나빠진 만큼 당분간 채용 감소는 불가피하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증권·선물회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증권사 58개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825억원으로 1분기보다 9763억원(47.4%)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2775억원)과 비교하면 52.5%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며 주식 거래가 줄었고 증권사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반기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권업의 비우호적인 환경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면서 “증권사 위탁매매수익은 지난해 1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시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입을 실무에 투입하려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경력은 어느 정도 검증도 된 만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인재를 키우지 않고 경력만 우대하다 보면 결국 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자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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