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계 숙원인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한국뮤지컬협회와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는 김승수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함께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29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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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의 대표이자 뮤지컬 프로듀서인 신춘수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장은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0년 약 150억원 규모에서 2018년 약 3500억으로 23배에 달하는 성장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4000억 규모로 예측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빠른 산업 속도 발전에 비해 표준화된 제작시스템의 부재, 합리적인 제작환경 구축, 관객 저변 확대 등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뮤지컬이 지닌 융복합적인 잠재력과 매출 지속성, 그리고 일자리 창출에서의 확장성을 근거로 ‘뮤지컬산업 진흥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영화 ‘아바타’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흥행 매출 추이를 비교하면 ‘아바타’가 초기에 폭발적 매출을 기록한 뒤 롱테일로 매출을 이어가는 반면 ‘오페라의 유령’은 끝없이 재생산되며 부가가치를 쌓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뮤지컬 전담 기구 설립과 운영 재원 확보에 대한 방안을 ‘뮤지컬산업 진흥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토론에서도 ‘뮤지컬산업 진흥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뮤지컬 평론가로 활동 중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한국 뮤지컬시장이 전체 공연시장의 매출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공의 방임 때문에 제대로 된 ‘성숙’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로드웨이는 150년의 긴 시간을 거쳐 뮤지컬이 산업으로 정착된 반면, 우리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무대 예술은 ‘배고픈 예술’이라고 인식할 정도로 짧은 시간 급속히 시장이 팽창했다”며 “그렇기에 ‘뮤지컬산업 진흥법’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송승환 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은 “한국영화의 경우 정부 주도의 펀드가 만들어지면서 영화 창작 관련 지원이 늘어났지만, 뮤지컬은 그만큼 지원이 없어 제대로 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기초 예술 보호 차원이 아닌 ‘산업화’를 위해 새로운 정책과 재원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같은 뮤지컬계 의견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또한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법안 제정 과정에서 관계 부처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미라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뮤지컬 전담 기구 설치는 행정안전부, 기금 신설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안 제정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세세한 검토가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뮤지컬산업 진흥법’은 이르면 올해 중 법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뮤지컬이 세계를 압도하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오늘의 공청회가 뮤지컬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