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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달라요'…현 정부의 軍 SI 이중잣대[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2.07.23 08:53:12

"軍, SI로 서해 공무원 파악하고도 왜 구조안했나"
따지던 정부·여당…"16명 살인 후 탈북 SI는 허위"
軍 SI에 대한 해석 제각각에 국민 혼동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SI’가 정국의 화두가 된 모양새입니다. 전 정부에서 일어난 대북 관련 사안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는 현 정부·여당은 이 SI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군 SI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규정하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역시 16명의 동료를 죽인 ‘흉악범’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입니다.

이른바 SI(Special Intelligence)는 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를 의미합니다. 한미 정보당국은 감시정보자산을 동원해 북한 전역을 24시간 감시합니다. 인공위성과 정찰기 등 첨단 장비를 통한 테킨트(TECHINT·기술정보), 북한 내부통신을 감청해 얻는 시긴트(SIGINT·신호정보), 북한 내 협조자가 전하는 휴민트(HUMINT·인적정보) 등이 북한 사정을 파악하는 주요 수단입니다.

여기서 SI는 시긴트를 뜻합니다. SI는 무선 감청 등에 의해 수집된 단편적인 내용으로, 이를 분석하면 말 그대로 ‘정보’가 됩니다. 이 때문에 SI로 얻은 내용은 군사기밀보호법상 3등급 이상의 기밀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북 관련 정국에서 군이 취득한 SI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군이 국회에 설명한 비공개 보고 내용이 언론에 다시 공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밀로서의 가치가 상실됐다는 얘기입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붉은 원안)이 보이는 우리 영해에서 해군 함정이 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軍 SI, ‘기밀’ 보호 못받는 처지 내몰려

3년 전 북측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이 피격된 사건과 관련,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은 군 당국이 실종 피살 공무원 이대준 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고 공개했습니다.

또 북한군과 이씨가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했다는 것, 북한군이 이씨 구조 여부를 자기들끼리 상의한 정황, 북한군이 이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다시 찾았다는 첩도 등이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특히 북한군 내에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의 통신 내용, 북한 해군사령부가 사살 명령을 하달하고 9시 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올라간 정황 등도 공개했습다. 게다가 직접 듣지 않고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연유(燃油)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첩보는 SI에 신빙성을 더했습니다.

군 당국은 당시 해당 정보 중 상당 부분이 왜곡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시긴트를 바탕으로 북한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리지 않기 위해 애써 반박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북측이 어떤 정보가 유출됐는지를 알게 되면 이 정보가 오갔던 통신 암호와 주파수 등 정보체계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이를 복원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려 ‘정보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적이 의도적인 교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첩보 입수 경로 노출은 우리 군 임무수행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첩보를 즉시 활용해 대응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는게 군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전사(戰史)에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첩보 자산을 보호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군의 감청자산 보호 노력이 국회의 비공개 정보 발표로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일부 내용을 언론에 밝히기도 하지만, 이후 또 다른 정보들을 알게 모르게 발설하면서 민감 정보까지 공개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 치는 탈북 어민(사진=통일부)
◇軍 정보에 대한 정치화 우려

특이한 건, 군 SI에 대한 현 정부·여당의 이중적인 인식입니다. 그들은 군 당국이 SI를 통해 이대준씨 생존 사실을 인지한 이후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또 명확한 월북 근거 없이 왜 월북으로 추정했느냐고 지적합니다. 군이 취득한 SI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당시 우리 군은 북측에서 이들이 넘어오기 전부터 선상 살인을 비롯한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초 행선지도 남측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작전에 관여했던 군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입니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북한 어민에 대한 북송이 이뤄졌던 2019년 11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SI로 상황을 확인했고, 북쪽에서 그 사람들이 내려오지 못하도록 군 작전을 수행한다는 것도 확인하고 있었다”면서 “10월 31일부터 작전을 수행해 11월 2일 나포했다”고 설명했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여당은 이같은 군 SI를 불신하고 있습니다. 육군본부 정보작전부장을 거쳐 전방 군단장까지 지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증언에 의하면 16명이 살해됐다는 문재인 정권의 발표는 허위”라면서 “16명을 살해했다는 것은 북한이 2명의 탈북 브로커를 송환받기 위해 거짓말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군 SI가 날조됐다는 얘기입니다.

군 SI는 팩트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대북 관련 왜곡 논란에, 군이 SI를 정책 결정자 입맛대로 팩트와 다르게 분석해 제공했는지, 아니면 팩트에 근거해 생산된 정보를 사용자가 잘못 활용한건지 헷갈리는 상황입니다. 군 정보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특정 정치 세력 규합과 대통령 지지율 반전 카드로 사용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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