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월 1회 이상 주류를 소비했고 6개월 이내 막걸리 등 전통주를 마셔본 2000명에 물었더니, 이들의 지난해 월 평균 음주빈도는 8.5일이었다고 한다. 어떤 술을 마셨는지 월 평균 주종별 음용 비중을 봤더니 역시나 맥주가 42.2%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참이슬·처음처럼과 같은 희석식 소주가 25.4%를 차지했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선호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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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향후 음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종을 물으니 맥주(39.8%)에 이어 희석식 소주(11.6%)가 아닌 막걸리(13.8%)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조사에서 향후 음용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종에 막걸리는 단 8.3%에 그치며 맥주(39.8%)와 희석식 소주(22%)는 물론 수입 와인류(11.8%)보다 낮았다는 점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막걸리가 새삼 주목을 받는 배경엔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 트렌드에 있다. aT는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주류 소비 행태는 ‘혼자’ 또는 ‘집에서’ 즐기는 술이라는 ‘홈술’, ‘혼술’ 트렌드에 따라 ‘저도수’가 주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막걸리의 부드럽고 순한 맛에 소비자들이 반응했고, 특히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들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던 와중 다른 주류와 달리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에는 주목할 만한 막걸리 신제품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국순당이 지난해 11월 말 해태아이스크림 바밥바와 콜래보레이션 한 ‘국순당 쌀 바밤바밤’은 출시 100일 만에 200만병을 팔아치우는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막걸리를 구매하는 주요 채널인 편의점도 다양한 콜래보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CU는 지난해 선보인 ‘테스형 막걸리’와 ‘말표 검정콩 막걸리’로 톡톡한 재미를 봤고, GS리테일은 서울장수와 함께 막걸리와 사이다를 황금비율로 조합한 ‘막사’, 한강주조와 대한제분의 밀가루 상표 ‘곰표’를 활용한 ‘표문 막걸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유명인들의 막걸리 신제품 출시도 이목을 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15일 ‘백걸리’를 내놓았고, 가수 임창정 역시 오는 10일 ‘꿀미숫가루 막걸리’를 본격 출시한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디저트카페 ‘설빙’, 주류전문기업 ‘보해양조’와 협업해 지난 3월 26일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를 선보였는데, 지난달 말까지 누적 6만여병을 팔아치우며 홈플러스 막걸리 카테고리 판매량과 매출에서 모두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평주조는 지난달 ‘지평 생 쌀막걸리’, ‘지평 생 옛막걸리’, ‘지평 일구이오’, ‘지평 이랑이랑’ 등 전 제품 4종에 대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비건 막걸리’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색 막걸리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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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유통업계 막걸리 판매 신장율엔 이같은 열기가 이미 반영됐다. 올해 1분기 막걸리 매출 기준 대형마트 이마트는 전년 대비 6%, 지난 2020년 대비해선 17% 증가했고, 편의점 GS25의 경우 전년 대비 22%, 지난 2020년 대비해선 4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커머스 G마켓은 올해 1분기 막걸리 판매량이 전년 대비 63%, 지난 2020년 대비해선 무려 35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주현 홈플러스 차주류팀 바이어는 “최근 주류 시장에서 저도주가 대세로 주목받고 있는데 맥주 카테고리와 달리 막걸리 카테고리는 여전히 블루오션 시장”이라며 “‘셀링 포인트가’가 명확한 상품만 개발한다면 충분히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