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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의 선비이야기]평생학습 시대 따라야 할 선비의 공부법

송길호 기자I 2022.02.04 06:15:00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前 기획예산처 장관]공부하는 사람을 ‘학생(學生)’이라 부른다. 예전에는 돌아가신 분에게도 ‘학생부군(學生府君)’이라 하였는데 요즘은 학교에 다닐 때만 학생이라 부른다. 그러니 졸업하면 공부는 어쩔 수 없을 때나 하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삶은 끊임없는 문제의 연속이니 대응하려면 공부는 쉴 수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격변하는 세상에, 오래 살아가려면 평생 공부는 필수적이다. 공자는 배움을 으뜸으로 여겼기에 《논어》 첫머리에 “배우고 때맞게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나온다. 퇴계도 54세 때 일기에 ‘학이종신(學以終身)’, 즉 ‘배우면서 생을 마치겠노라.’고 적고 그렇게 살았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공부를 하느냐이다. 본시 학문이란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나뉜다. 위기지학은 몸과 마음을 수양하여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하는 인격을 기르는 공부이다. 옛 선비들은 이 공부부터 하였다. 반면 위인지학은 출세와 이익을 위해 경쟁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이다. 오늘날의 학문은 대부분 위인지학이다. 이러니 가정이나 학교에서 위기지학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은 사라지고 남을 이용하거나 희생시켜 자신의 부와 권세, 명예를 얻기 위한 교육이 활개를 친다. 현실적으로 학교수업과 업무 관련 공부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홀했던 위기지학에 시간을 더 할애하여야 한다.

위기지학은 넓게 해야 한다. 선비들은 문사철(文史哲)과 시서화(詩書畵)까지 능통했다. 퇴계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학과 천문에도 밝았다. 요즘 강조하는 창의력과 융합 능력이 자연스레 갖추어졌다. 좁게 쪼개진 위인지학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이 이제 인문학적 공부와 타분야와의 융합적 소통에 나서야 할 때다.

다음으로 깊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요즘처럼 질문은 사라지고 오직 정해진 정답을 찾기 위해 듣고 읽고 쓰는 ‘박학’만이 중시되는 공부는 오래 활용되기도 힘들거니와 흥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우리 선조들은 중용에서 말하는 5단계 공부법을 차례차례 몸에 익혀 공부했다. 박학(博學: 넓게 배우다), 심문(審問: 깊이 묻다), 신사(愼思: 신중하게 생각하다), 명변(明辯: 명쾌하게 판단하다), 독행(篤行: 독실하게 실천하다)이 그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였기에 공부할수록 깨달음이 많았고 재미도 느꼈다.

이렇게 넓고 길게 공부하려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했을까? 퇴계는 여섯 살 천자문을 배울 때부터 배운 것을 모두 외우고 스승에게 나아갔다고 한다. ‘남이 열을 하면 나는 천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인십기천(人十己千)’의 친필 좌우명이 우리 수련원 로비에서 무언의 일깨움을 주고 있다. 또 글자 한자 낱말 하나의 뜻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미세하고 정밀하게 살펴야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精微極高·정미극고)며 진리를 탐구하였다.

위기지학의 공부는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책 속에 담긴 성인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지켜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본받고 존경하겠는가? 자기를 내세우고 자랑하는 데 급급한 삶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부하고 실천하면 존경받게 되고, 그러면 또 더욱 공부하고 실천하게 되니, 이른바 지행병진(知行竝進)의 거룩한 경지도 저절로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보다 더 보람있는 삶이 있을까?

공부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을까? ‘공부하고 실천해서 보람있게 살겠다’고 마음 정하는 입지(立志)가 먼저다.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있는 삶인가. 부와 귀를 누린다고 가능한가. 건강장수를 바라며 마음은 떼어놓고 몸만 단련하고 치료하는 것만으로 가능할까. 이제는 부와 귀를 어떻게 이루고 나눌 것이며 건강을 위해 마음가짐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확고한 입지를 세워야한다.

입지를 계속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공자와 퇴계도 평생 공부했다. 우리도 끊임없이 공부하여 후진적인 소유중심의 삶에서 자신의 존재에 가치를 두는 선진적 삶으로 깨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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