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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지독한 암모니아로 어떻게 청정에너지를 만들까

임애신 기자I 2021.12.13 07:11:00

암모니아, 수소(H)와 질소(N) 화합물
탄소 없지만 질소산화물 배출…저감 과제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 수소·암모니아 투자
산업부, 내년 1분기 발전로드맵 발표

[대전=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암모니아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100년 넘게 사용한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이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39%로, 석탄(36.4%), 천연가스(23.3%)에 비해 낮다.

화력발전소 모습 (사진=산업부)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순(純)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가운데 암모니아는 수소를 저장하고 이동하는 운반체로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있어 중요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비료부터 폭발물까지…사용성 무궁무진

일반적으로 암모니아라고 하면 화장실 냄새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고 소변 자체가 암모니아는 아니다. 소변에서 악취가 나는 이유는 세균에 소변을 분해해 암모니아를 생성하는 효소가 있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NH3로, 질소(N) 1개와 수소(H) 3개로 이뤄진 화합물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C)가 포함되지 않았다. 사용성도 뛰어나다. 암모니아는 비료와 플라스틱, 의약품, 폭발물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수소와의 호환성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거나, 반대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암모니아가 수소 운반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깨끗하게 만들어낸 수소(H2)는 이동에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 액체 상태로 저장해 운반하기 때문에 부피가 커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하고, -253도의 극저온에서 액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암모니아는 단위 부피당 수소 저장 밀도가 높아 수소보다 1.7배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고,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되는 장점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수소는 비싸고 당장 공급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실성을 고려해 암모니아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일본 등에서도 주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관·수송 편리…기존 인프라 활용 가능

암모니아는 그 자체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자연발화 온도가 650℃로 높고 최소 점화 에너지도 680mJ로 높아 연소가 어려워서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대비 암모니아의 발전량은 50%, 연소 속도는 20% 수준에 그친다.

탄소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생산 및 활용 (자료=산업부)


이에 암모니아와 다른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는 혼소 발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기존 석탄 화력과 암모니아를 혼합해 탄소 배출은 줄이고, 발전량은 유지하는 혼소 발전이 바로 그 것이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암모니아 혼소는 수소터빈이나 보일러 등에서 별도로 수소를 빼내지 않고 다른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갖고 있는 탄소를 대체하는 연료로 암모니아를 직접 태워도 되겠다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와 질소로 만들고, 이를 연소시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암모니아만 연소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수소는 이 같은 개질수소(그레이수소)가 100%다. 수소를 생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인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 이런 이유에서 그레이수소는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조한 그린 암모니아다. 그린수소는 전기로 물을 수소·산소로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생산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가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만나 그린 암모니아가 된다.

◇전 세계 기술개발 경쟁…韓, 1분기 로드맵 발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그린 암모니아가 수소 이동과 무탄소 연료로서 탄소중립 시대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주요국은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소기금 중 11%를 수소 터빈발전 연구개발에 배정했고, 일본은 2050년 수소 소비 2000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 있는 암모니아 연소 시험동 (사진=임애신 기자)


암모니아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일본이다. 전 분야에서 암모니아 연소 기술 기초 실증을 완료했고, 2024년까지 1GW급 석탄발전 혼소 실증을 마칠 계획이다.

우리도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소발전은 2028년까지 150MW급 50% 혼소 실증을 완료하고, 2035년에는 30% 이상 혼소를 상용화하며 2040년에는 30~100% 혼소 또는 전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을 수소·암모니아 발전의 원년으로 삼고, 1분기에 수소·암모니아 발전 로드맵을 공개할 예정이다.

민·관 협력에도 나섰다. 산업부는 지난 7월 그린 암모니아의 ‘생산→운송→추출→활용’의 전주기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 위해 ‘그린 암모니아 협의체’를 출범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5개 기관과 두산중공업(034020), 롯데케미칼(01117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포스코(005490), 한국조선해양(009540), 현대자동차(005380), 현대중공업(329180) 등 13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전과 전력연구원은 수소·암모니아 공급·안전설비와 연소시험 장치 등 추가 시험 설비 구축을 내년 상반기 중 완료할 방침이다. 오는 2023년에는 최적의 혼소 운전기법을 도출해 실제 석탄·LNG 발전소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수소·암모니아 발전 가이드’를 마련하기로 했다.

박기영 산업부 차관은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에너지 전환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수소·암모니아 발전 분야에서 세계 최초·최고가 될 수 있도록 수소·암모니아 발전 실증 추진단을 중심으로 정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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