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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예주열 "콘텐츠만 좋으면 성과는 반드시 따라올 것"

윤종성 기자I 2021.08.18 06:01:01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인터뷰]
"위축되지 않고 계획대로 사업 진행"
"비틀쥬스, 관객 호응에 자신감 얻어"
"물랑루즈, 1~2년내 국내 무대 첫선"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계획했던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이 뮤지컬 시장 성장을 위해 CJ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사진=CJ ENM)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외부 요인(코로나19)으로 단기적으로 손실을 봤지만, 콘텐츠만 좋으면 반드시 사업 성과는 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CJ ENM은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킹키부츠’, ‘베르테르’ 공연이 중단되고, ‘서편제’가 취소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예 사업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완화되자마자 관객들이 다시 많이 찾아주는 것을 보며 우리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뮤지컬 ‘비틀쥬스’의 국내 초연 무대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에서 대중들에게 익숙치 않은 신작을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 게다가 개막을 앞두고 기술적 결함이 발생해 두 차례나 개막을 연기해야 했다. 당초 예정됐던 67회 공연이 47회로 줄어드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그는 “공연 횟수가 줄어 손실을 피할 수 없었지만, 관객들 반응을 보고 조만간 다시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며 “10년, 20년 지속할 수 있는 레퍼토리의 가능성을 봤고,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거라는 확신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CJ ENM은 대본 등을 손질해 오는 2023~2024년께 ‘비틀쥬스’ 재연 무대를 올린다는 목표다.

CJ ENM은 ‘물랑루즈’, ’MJ 마이클잭슨’, ‘백투더퓨처’ 등 해외 대형 신작에 글로벌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예 사업부장은 “세 작품 모두 빠른 시일내 국내에 선보이려 한다”면서 “물랑루즈는 빠르면 1~2년 안에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사진=CJ ENM)
-우여곡절 끝에 ‘비틀쥬스’ 초연이 끝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너무 아쉽다. 원래 계획은 67회였는데, 47회밖에 못했다. 무대 오르기까지 힘들었지만, 공연 올리고 나서는 관객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다행이다. 어차피 공연 사업이라는 것이 한 번 하고 접는 것이 아니라, 레퍼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0년, 20년 지속할 수 있는 좋은 지식재산권(IP)을 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조금 아쉬워도, 다음 시즌 나아질 가능성이 충분한 콘텐츠라는 확신이 생긴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공연 횟수가 줄어든 만큼 손실이 컸을 텐데.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될 당시 사전제작비가 한국 돈으로 250억원 정도 투입된 대작이다. 국내 제작비의 경우 금액을 밝히기 곤란하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67회 정도 공연했을 때 객석점유율 80~85%를 유지하면 수익이 날 수 있는 정도다. 충분히 사업성이 있었지만, 공연 횟수가 줄다 보니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비록 이번 시즌 손실을 봤지만, 관객들 반응을 보니 다음 시즌 반드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 반응이 안 좋았다면 정말 실망이 컸을 것 같다.(웃음)

-초연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있지 않나.

△무대 세트는 브로드웨이 버전을 그대로 구현했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조명은 국내 무대가 브로드웨이보다 더 낫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브로드웨이 윈터 가든 극장보다 훨씬 크다 보니 객석을 비추는 조명을 많이 업그레이드 했다. 그런 부분에서 충분히 만족할 만한 무대였다. 다만 웃음 포인트를 제대로 못 살린 것이 아쉬웠다. 레플리카(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그대로 재현) 초연을 올릴 때마다 느끼는 것이 대본 상에 관객들에게 어필할 거라 생각했던 지점들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연습할 때에는 분명히 웃겼는데, 기대만큼 관객들의 호응이 따라오지 않았다. 그런 부분들 다 체크했고, 다음 시즌에는 손을 봐서 올 것이다.

뮤지컬 ‘비틀쥬스’ 공연 장면(사진=CJ ENM)
-재연은 언제쯤으로 계획하고 있나.

△공연 여부는 사실 대관이랑 직결된 문제다. 내년에는 이미 대관이 다 차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는 2023~2024년에는 다음 시즌을 올리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개막이 연기된 것은 무엇이 문제였던 건가.

△개막일이 다가오는데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었다. 원래 현장 답사를 통해 해외 프로덕션이랑 면밀하게 사전 점검을 했어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줌(ZOOM) 시스템을 활용해 진행하다 보니 생긴 문제다. 브로드웨이의 최신 기술력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리프트 시스템 등 오토메이션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결함이 발생했다. 영상 맵핑 등 섬세함을 요하는 작업에서도 손을 맞출 시간이 더 필요했다. 배우들도 좁은 세트 안에서 역동적 안무를 펼치는데 애를 먹었다.

-다음 시즌에는 문제 없이 올 수 있는 건가?

△공연하면서 충분히 검증했다. 더 이상 문제 없다.

-‘비틀쥬스’를 보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2년 만에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틀쥬스’는 초기부터 CJ가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다. 트라이아웃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보고 나서 오랜 만에 대형 뮤지컬이 나왔다고 확신했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기존 뮤지컬 어법과는 달랐기에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봤고. 최대한 빨리 국내에 선보이려 했다.

-더 빨리 올 수도 있었던 건가.

△원래 2020년에 올릴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가 조금씩 나아지던 상황에서 올해 개막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억눌리고 우울한 감정을 쇼적인 웃음으로 풀어주고 싶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사진=CJ ENM)
-공연계에서는 CJ ENM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가 많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킹키부츠’, ‘베르테르’ 공연이 중단되고, ‘서편제’가 취소되면서 사업적 손실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완화되자마자 관객들이 다시 많이 찾아주는 것을 보며 우리 작품에 대한 확신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도 생각한다. ‘킹키부츠’의 경우 공연 막바지에는 티켓이 없어서 못 팔았다. 단기적 사업 손실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이다. 콘텐츠만 좋으면 반드시 사업적 성과는 따라올 거라고 확신한다.

-글로벌 프로듀싱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뭔가.

△브로드웨이 뿐만 아니라, 국내 공연 성공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한다. 어두운 내용을 담은 작품보다는 쇼적인 요소가 강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주로 고른다. 그것이 CJ의 색깔이다. 화려하면서도 공연을 보고난 후에는 메시지를 얻어 갈 수 있는 그런 작품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킹키부츠’가 CJ 코드에 딱 들어맞는다. ‘비틀쥬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면이 강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 이야기. 인간의 삶이 담겨 있다. 힘들더라도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요즘도 투자 제안이 많이 들어오나.

△코로나19 이후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이 열리지 않다 보니, 예전처럼 투자 제안이 활발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올해 하반기 공연장이 오픈하면 다시 제안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물랑루즈’, ‘백투더퓨처’, ‘MJ’ 등 글로벌 프로듀싱에 참여한 작품들은 언제쯤 국내에서 볼 수 있나.

△‘물랑루즈’는 브로드웨이에서 지난해 오픈했지만, 팬데믹으로 멈췄다가 올해 재오픈한다. ‘백투더퓨처’는 지난해 트라이아웃 했고, ‘MJ’는 올해 12월 브로드웨이에서 재오픈한다.. 세 작품 중에선 물랑루즈를 가장 먼저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빠르면 1~2년 안에 국내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작사 측과 긴밀하게 대화하고 있다. ‘물랑루즈’ 연출이 ‘비틀주스’ 연출인 알렉스 팀버스다.

뮤지컬 ‘물랑루즈’ 공연 장면(사진=물랑즈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새로운 창작 뮤지컬도 준비해야 하지 않나.

△투 트랙으로 간다. 글로벌 프로듀싱에 참여하는 동시에 우리 작품을 발굴해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 본고장에 진출시키는 일도 해야한다. 현재 CJ가 갖고 있는 다양한 IP의 뮤지컬화를 검토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등 약 400개의 IP에서 추리고 있으며, 5년 안에 대표 IP를 발굴해서 뮤지컬로 제작할 것이다.

-IP 검토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건가.

△현재 10개 정도로 압축했다. 이 가운데 5편 정도를 올해 안에 선정할 생각이다. 지금부터는 촘촘하게 분석해야 하는 단계다.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반응은 어떤가.

△애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까지 진행했다. 코로나19로 당초 계획보다 1년 반정도 일정이 미뤄졌다. 지금은 계속 디벨롭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뮤지컬 시장이 더 커지려면 CJ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계획했던 사업들을 진행하는 것이 뮤지컬 시장을 위해 CJ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해외 신작을 빠르게 선보여 국내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는 물론, 중국, 일본 등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CJ가 앞장서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많은 국내 창작진이 발굴되고, 유통 활로도 트인다.

He is…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2006년 CJ엔터테인먼트 공연제작팀에 입사해 뮤지컬 ‘김종욱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컨츄리보이스캣’ 등을 제작했다. 2014년부터는 공연제작팀장을 맡으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보디가드’ 등 라이선스 뮤지컬, ‘광화문연가’, ‘베르테르’, ‘서편제’ 등 창작 뮤지컬의 제작총괄을 맡았다. 2019년부터 공연사업부장이자 프로듀서로 ‘빅피쉬’, ‘비틀쥬스’ 등 대형 라이선스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고, ‘물랑루즈’, ‘MJ 마이클잭슨’, ‘어거스트러시’, ‘백 투더 퓨처’ 등의 글로벌 론칭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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