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앞서 ‘강경래의 인더스트리’에서 ‘반도체는 산업의 쌀’, ‘대만 TSMC, 강한 이유’ 등 최근에 가장 핫한 이슈인 반도체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주에도 반도체 관련 내용으로 ‘한국, 반도체 강국인가’라는 주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지난 두편을 먼저 읽어보신 뒤 아래 내용을 보시면 반도체 산업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한국 수출 품목 1위는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전체 수출액 중 17.9%를 차지했는데요. 2위인 자동차 12.2%와 격차가 컸습니다. 사실상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한국이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현대모비스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는데요. 과연 한국 내 반도체가 풍부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일이 없겠죠. 그렇다면 ‘한국은 반도체 강국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떨까요? 저라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라고 말이죠.
◇한국, D램 점유율 71.6% 등 메모리 ‘절대강자’
우선 한국은 반도체 강국, 정확히 말하면 ‘메모리반도체’ 강국입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합니다. 일례로 여러분이 스마트폰에 찍어놓은 사진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리에 관련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죠.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2종류로 나뉩니다. 우선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일종입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별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통상 모든 전자기기에 함께 들어가 각각 기능을 합니다.
우선 D램에 있어 한국은 절대 강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2.1%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29.5%, 미국 마이크론이 23.0%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의 D램 시장점유율은 무려 71.6%에 달합니다. 한국이 D램을 공급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떤 전자기기도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낸드플래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3.9%로 D램과 마찬가지로 1위 자리를 이어갑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 18.9%, 미국 웨스턴디지털 14.5%, 미국 마이크론 11.4% 등 순서입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11.2% 점유율로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45.2%입니다. 낸드플래시 역시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게 사실이지만, D램만큼 강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점유율 9.4%로 6위에 올라 있는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 인수를 추진, D램에 비해 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69%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약해
이렇게 한국이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출처 옴디아, 매출액 기준)은 31% 수준입니다. 나머지 69%는 메모리반도체가 아닌 비메모리반도체 영역이죠. 그리고 로직반도체(25%), 마이크로콤포넌트(16%), 아날로그반도체(13%), 광(옵티컬)반도체(8%) 등 비메모리반도체는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비메모리반도체라는 용어보다 최근엔 ‘시스템반도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한국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고작 3% 수준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일본, 유럽이 강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된 자동차용 반도체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역시 시스템반도체 일종입니다. MCU를 포함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3%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 31.4%와 일본 22.4%, 독일 17.7% 등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합니다. NXP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독일 인피니언(13.4%)에 이어 11.3% 점유율로 2위 자리에 올라 있는 업체입니다. 특히 MCU에 있어서는 점유율 27.2%로 업계 1위에 올라 있는 강자입니다. 이렇게 한국이 뒤늦게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이 메모리반도체라도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서 다행이다 싶지만, 또 한편으론 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큰 시장인 시스템반도체에선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 그리고 정부가 더 먼 미래를 보고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반도체에서 잠시 벗어나, 주식 투자자 분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은 바이오산업을 다뤄볼까 합니다. 바이오 관련 첫 번째 주제는 ‘바이오의약품과 셀트리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