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립극단 홈페이지는 난리가 났다. 올해부터 국립극단에서 열리는 ‘제4회 중국희곡 낭독공연’ 사전예약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마감된 것이다. 무료 낭독 공연이기는 했지만 관객들의 높은 관심에 국립극단 관계자들도 놀랐다. 극단 관계자는 “‘객석 띄어앉기’가 적용되기도 했지만,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예약이 다 끝났다”며 “이 정도로 관객 관심이 높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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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극교류협회는 지난 3회까지의 행사를 통해 26편의 중국희곡을 번역하고 출판했다. 이 중 10편의 작품이 낭독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일부 작품은 낭독공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본 공연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서울시극단의 ‘물고기인간’,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 극단 바람풀의 ‘최후만찬’, 극단 드림플레이의 ‘만약 내가 진짜라면’ 등이다. ‘낙타상자’의 경우 서울은 물론 지역 공연으로도 무대에 오르며 극공작소 마방진의 새로운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오수경 한중연극교류협회장은 “올해는 여느 해 못지않게 뛰어난 창작자들이 많이 참여하고, 또 명동예술극장에서 중국 희곡이 원작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을 마친 뒤 이어지는 행사다 보니 중국 희곡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영미권 희곡을 주로 무대에 올려온 연극계는 ‘중국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작품의 결이 보다 풍성해졌다는 자평이다. 중국의 전통부터 동시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희곡들은 가깝고도 먼 중국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를 투영하는 기회도 함께 제공했다. 오 회장은 “작품 선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중국의 명작 중 한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 연극계가 더 풍성해질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낭독 공연임에도 연극계 대표 창작진 및 배우들이 참여한다는 점도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는 연출가 박지혜, 이준우, 윤시중이 참여해 각각 ‘진중자’(왕런제 원작, 5월 12~13일), ‘장 공의 체면’(원팡이 원작, 5월 14~15일), ‘만 마디를 대신하는 말 한 마디’(류전원 원작, 5월 15~16일)를 무대에 올린다.
특히 ‘진중자’는 소리꾼 이자람이 중국의 전통극을 한국의 판소리로 재해석해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오 회장은 “중국의 전통극과 우리 판소리의 만남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부대행사로 ‘한중 전통극,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1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