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정한 국정 쇄신, 문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돼야

논설 위원I 2020.12.31 06:00:00
문재인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내년 출범하게 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초대처장 후보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어제 지명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임에 박범계 의원을, 환경부 장관에 한정애 의원을 각각 내정하는 등 2차 개각을 단행하는 것으로 경자년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조만간 대통령 비서실 인사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세밑에 공수처의 출범 채비와 개각을 서둘러 마친 것은 새롭게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는 각오가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36.7%로 나타나는 등 30% 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대통령 레임덕의 기준점이 35% 안팎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감안하면 국정수행 동력이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한때 50%를 상회했던 긍정 평가가 추락한 것은 문 대통령과 여권의 부실한 국정성적표 탓임은 물론이다.

지난 1년은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이 너무 커 모든 분야가 뒷걸음친 한해였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확실한 변화’를 통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코로나 위기가 덮치면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내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매달리다 전세난 가중과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결과만 낳았고 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대부분의 경제 지표들도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충돌로 날을 새우는가 하면 거대 여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협치를 팽개치고 횡포를 거듭하며 국민들을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이 이제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년여 뿐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다양한 인사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열성 지지자들의 여론 흐름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관측이 많다고 한다. 귀와 눈을 한 쪽에만 열어둔 채로는 국정을 올곧게 수행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코로나 사태를 조기 진정시키고 경제 활성화와 개혁 작업을 완수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장관이나 비서진 몇 사람 바꾼다고 국정이 완전히 일신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쇄신의 각오를 다져야 국정 동력이 되살아날 것임을 강조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