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는 지난 7월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새 정강·정책 초안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인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어떤 특정한 경우를 아예 명시하기로 한 것이다.
민주화는 산업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건강한 두 축으로 성장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으며, 진영과 이념 논리를 벗어나 과거 있었던 산업화 정신뿐만 아니라 민주화 정신 사례도 기억하고 이어가자는 것이다. 또 헌법의 근간이 된 마지막 헌법 개정은 결국 6월 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1987년 체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6월 항쟁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현재 만들어진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시 당 내부에서도 호응이 높았다.
김 위원장의 또 하나의 파격적인 행보는 광주 방문이었다. 그는 지난 8월 19일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해 5·18 영령 앞에 울먹이며 사죄했다. 보수정당 지도부로선 처음으로 무릎도 꿇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일부 당원의 막말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그는 또 자신이 과거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의 문 앞에서 사과 발언을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호남 끌어안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초 수해가 발생한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등을 방문해 현지 민심을 달랬으며,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로 하여금 호남지역에 제2의 지역구를 두기로 당 내부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던 전남 구례를 50여일 만에 다시 방문해 주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
김종인표 좌클릭의 행보 중 또 다른 하나는 기본소득 언급이다. 기본소득은 그간 진보세력에서 주장해온 분야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4차산업 시대가 다가오면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들의 기본 생활을 보전해주기 위해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본소득제란 정부 재정으로 전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국가 재정으로 운영하는 만큼 세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증세가 아닌 중복되는 현금성 복지(기초연금 등)를 통·폐합하는 등 기존 재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증세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최근에는 재계와 정치권이 주목한 이슈의 중심에도 섰다. 기업규제 3법이라고도 불리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 법안들은 정부와 여당에서 입법 추진중이다. 정부·여당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고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그간 재계 편에 섰던 보수정당의 지도부가 경제민주화와 함께 공정경제 3법에 찬성하면서 재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재계 관계자들이 지난달 김 위원장을 찾았지만, 그의 뜻을 굽히긴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재계 입장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관련 법안들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적이 있으며, 기업에 대한 독소조항은 입법과정에서 빼면 된다고 강조했다.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순항하던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국정감사 이후 추진될 공정경제 3법 입법과 관련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으로 고비를 맞을 지, 아니면 리더십 부각의 기회가 될지 정가(政街)의 눈은 이달 말 그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