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못 먹어도 얻는 것 있다"…폐기물업체 M&A 눈치싸움 치열

김성훈 기자I 2020.06.09 00:30:00

주춤하던 M&A시장, 코엔텍 인수전 단비
EMC·ESG 등 후발주자 매각전도 경쟁↑
동종업체 가진 원매자들 전략실사 기조
민감정보 실사에 보유매물 밸류업 전략
매각 측 "인수의지 강한 원매자만 기회"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주춤하던 인수합병(M&A) 시장을 달구기 시작한 환경·폐기물처리 업체 인수 경쟁이 이른바 ‘아는 자들의 전쟁’으로 흐르면서 차후 인수전에서 이뤄질 가상데이터룸(VDR) 개방과 실사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새 주인을 찾은 코엔텍(029960)에 이어 EMC홀딩스(EMC)와 ESG 등 동종업계 매물이 잇달아 시장에 나오자 동종 매물을 보유한 원매자들이 전략적 실사를 취할 환경이 조성돼서다. 인수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손에 넣지 못하더라도 동종 업체 스터디는 물론 전략적인 가격 입찰로 보유 매물에 대한 밸류업(가치상향)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아는 자들의 게임’ 보여준 코엔텍 인수전

코엔텍 매각 측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운용(맥쿼리 PE)는 지난 4일 IS동서-E&F PE 컨소시엄과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맥쿼리PE가 매각한 코엔텍 지분 59%와 새한환경 지분 100%에 대한 금액은 5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코엔텍이 공시한 지분 거래가(4217억원)를 감안하면 코엔텍 전체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7028억원에 산정한 셈이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 지분만 최고 6000억~7000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코엔텍이 신청한 소각시설 추가 증설을 해당 지자체인 울산시가 거부하면서 소송 이슈가 불거지자 몸값도 낮아졌다. 다만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 대부분이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폐기물 업체에 대한 관심을 잠재울 수 없었다는 평가다.

코엔텍 인수전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숏리스트 대부분이 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조예(造詣)가 남달랐다는 점이다. 코엔텍을 품은 IS동서-E&F PE 컨소시엄은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모펀드와 건설사가 손을 맞잡으며 관심을 끌었다. 이들 컨소시엄은 지난 3월 코오롱그룹의 환경사업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에너지 인수 이후 코엔텍마저 품으면서 포트폴리오(투자목록) 강화에 성공했다.

막판까지 경쟁한 TSK코퍼레이션은 태영건설(009410)이 지분 62.61%를 보유한 자회사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540억원에 영업이익 1100억원을 거둬 폐기물 처리 분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지난해 폐기물처리업체 디에스프리텍 인수에 이어 사업 영역 확대를 모색하는 상황이다.

프랑스계 환경 업체인 베올리아도 전 세계 25개 사업장에서 수처리와 폐기물처리, 지역 냉난방, 산업용 스팀 등 에너지 관리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7년 폐기물 처리업체 유니큰 지분 100%를 약 7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모처럼 본입찰에 등장하며 국내 폐기물처리 산업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후발주자 EMC·ESG 인수전 ‘2라운드’ 돌입

코엔텍이 새 주인을 찾으면서 시장에 나온 또 다른 폐기물 처리업체인 EMC와 ESG 인수전에도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EMC 예비입찰에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15곳이 참여했다. 매각 측은 나쁘지 않은 현재 분위기를 감안해 빠른 시일 안에 숏리스트를 추릴 예정이다.

EMC는 2016년 어펄마캐피탈이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인수 이후 6개의 폐기물 업체를 추가 인수하며 현재의 회사를 완성했다. 2017년부터 2년간 진행된 추가 인수 합병을 통해 종합환경 플랫폼 업체로 한 단계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 EMC 인수전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코엔텍 인수전에 관심을 표했던 원매자들이 이번에도 대거 포함되면서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EMC 숏리스트에 코엔텍 본입찰에 나섰던 원매자들이 재차 포함될 경우 비교 실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수가 주 목적이지만 동종업계 기밀자료 등 회사 내부를 연달아 들여다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입찰 과정에서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한편 업계 붐업(분위기 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PEF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을 반영한 가격 제시를 통해 인수를 노리고 (안 되더라도) 기존 보유 매물 밸류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측도 이러한 원매자들의 전략을 모를 리 없다 보니 숏리스트 선정과 매각 방식에 있어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도 인수의지가 강한 원매자를 추려 본입찰 기회를 부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매각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예비입찰 과정에서 논바이딩 오퍼(Non-binding offer·법적 구속력 없는 제안)를 받은 데 이어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 입찰방식)로 가격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