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한 건 없는데”...분양 2년 만에 웃돈만 10억↑

박민 기자I 2020.03.11 05:20:00

영등포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 18~19억 호가
2년 전 분양가 대비 ‘10억’ 올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5가에 들어서는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전경. (사진=현대산업개발 제공)
[이데일리 박민 기자] 2년 전 분양한 가격보다 프리미엄(웃돈)만 10억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총 802가구) 아파트가 오는 5월 입주를 앞둔 가운데 호가를 대폭 올린 조합원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일부 아파트는 웃돈만 10억원 이상 붙은 채 매물로 나와 매매값 뻥튀기 비난을 사고 있다.

10일 당산동 5가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에 따르면 최근 매물로 나온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공급면적 기준 옛 32평)짜리 조합원 입주권은 10여개다. 조합원들은 준공 이전 팔아야 주택이 아닌 토지로 간주돼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때문에 입주를 앞둔 시점에 입주권을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가운데는 호가가 18억~19억원에 달하는 매물도 있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18년 3월 분양 당시 가격보다 10억원이나 치솟은 가격이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 전역 내 신축 단지는 아파트 준공 이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있다. 조합원 입주권도 마찬가지다. 다만 조합원의 경우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 및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인 경우에 한해 양도가 가능하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5월 준공 승인이 나기 전 팔아야 절세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조합원의 장기 보유 매물이 드물게 나오고 있다”며 “가장 먼저 매물을 등록한 조합원이 가격을 18억원 이상으로 부르면서 나머지 후발 매도자들도 비슷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2년 전 일반분양가가 3.3㎡당 평균 2870만원이었다. 전용면적별로 △46㎡ 4억~4억 2000만원 △59㎡ 7억 3000만~7억 5500만원 △71㎡ 8억 1000만~8억 3500만원 △84㎡ 8억 8500만~8억 9700만원 △114㎡ 9억 3500만~9억 5500만원이었다.

이는 그해 주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저렴한 수준이었다. 실제 이 아파트와 길 하나 사이로 마주하고 있는 ‘당산역 롯데캐슬 프레스티지’는 2018년 당시 전용 84㎡짜리가 10억원에 팔렸다. 그러나 이달 현재 ‘롯데캐슬 프레스티지’의 전용 84㎡ 호가는 13억~14억원에 달한다. 이와 비교하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가격 역전은 물론 시세보다 높은 ‘뻥튀기 호가’라는 지적이다.

인근의 또 다른 중개공인중개사는 “당산동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타워스퀘어’(1221가구)도 동과 층·향에 따라 전용 84㎡가 14억~16억원대 후반”이라며 “집을 얼마에 팔지는 집주인이 부르기 나름이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비싸면 안 사면 된다는 게 시장 논리지만 불러도 너무 비싸게 부른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다소 높은 호가는 전용 84㎡는 물론 같은 단지 내 다른 평형 주택까지 줄줄이 호가 높이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 아파트 전용 59㎡는 현재 13억원을 호가한다. 분양가 7억 5500만원 대비 5억4500원 올랐다. 전용 71㎡는 최초 분양가인 8억원 초반 대비 7억~9억원 가까이 오른 15억~17억원에 호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학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처럼 높은 호가는 인위적인 정부 규제 탓에 신축 단지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매매 거래 가능한 물량도 줄어들면서 나타난 왜곡된 규제의 한 단면”이라며 “다만 최근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호가를 시세로 믿고 매수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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