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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럭 대사는 이날 영국 외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관에서 보낸 공식 문서가 유출된 뒤로 내 자리와 대사 임기에 관한 여러 추측이 있었다”며 “이 같은 관측을 끝내고 싶다. 현재 상황은 내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과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매우 힘든 며칠 동안 영국과 미국에서 지지를 보내준 이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이는 영국과 미국 간 깊은 우정과 유대관계를 다시 느끼도록 해줬다”고 밝혔다.
대럭 대사는 전날(9일) 미 재무부가 주최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환영만찬 행사에 초대받았으나 갑작스럽게 초청 취소 통보를 받은 데 이어 애초 같은 날 예정됐던 미·영 간 무역협상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뤄지자 결국 사임을 결정했다.
앞서 대럭 대사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영국 본국에 보낸 각종 문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낮게 평가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지난 6일 주말판을 통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백악관을 “고장 난 상태” “분열된 조직” 등으로 지적했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경력이 불명예스럽게 끝날 수도 있다” “(대통령직이) 불타고 붕괴할 수 있다” 등으로 보고, 탄핵 가능성을 크게 봤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7~9일 사흘 내내 대럭 대사를 “더이상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의 사임을 요구했으며, “영국이 미국에 떠맡긴 이상한(wacky) 대사는,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도, 영국 정부가 유출 문제만 문제 삼은 채 대럭 대사에 대해선 옹호하는 스탠스를 취해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에 대해 “멍청한 방식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끌고 가 완수하지 못했다. 영국이 새 총리를 맞는 건 좋은 소식”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던 배경이다. 이로 인해 이번 사태는 미·영 간 ‘외교 마찰’로까지 번질 뻔 했지만, 대럭 대사의 결단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