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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발 수출부진 심화…무역수지 88개월만에 적자 전환 가능성

김형욱 기자I 2019.05.22 00:30:00

1~20일 수출액 전년比 11.7%↓…반도체는 33.0%↓
車·선박 선전 역부족…7년4개월만의 적자 가능성도
“하반기 회복 기대하지만 작년 수준엔 못 미칠 것”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김상윤 기자] 반도체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5월엔 7년4개월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업계는 하반기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진에 수출 5개월 연속 뒷걸음질

관세청은 5월 1~20일 수출액이 257억900만달러(약 30조6700억원)로 전년보다 11.7% 줄었다고 21일 밝혔다. 일 평균 수출액은 더 줄었다. 22억4000만달러로 11.9%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13.5일)가 전년보다 0.5일 많았다.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넘어서며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전년대비 감소로 전환한 이후 지난 4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했다. 이 추세라면 감소 흐름이 5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성장세 둔화와 이에 따른 D램·낸드 등 국제 반도체 시세 하락 영향이 크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5분의 1 전후를 차지하는데 이 반도체 수출액이 이달 1~20일 전년보다 33.0% 줄었다. 국가별로도 최대 수출국인 대 중국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15.9% 감소했다.

5월 1~20일 수출입실적. 관세청 제공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반도체 경기 하강 흐름은 좀처럼 멎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4월까지 6개월째 마이너스 성장 중이다. 4월 반도체 수출액은 85억8000만달러로 13.3% 줄었으며 5월 감소 폭은 이보다 커졌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중국 내 LCD 패널 경쟁 심화 탓에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와 업계는 반도체 경기가 올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의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들어 주요 ICT기업의 데이터센터 증설로 반도체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할 순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복하더라도 작년 수준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제시장조사업체 IDC는 하반기 감소 폭 둔화를 전망하면서도 올해 전체 반도체시장 매출은 전년보다 7.2% 줄어든 44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램(DDR4 8Gb 기준) 가격은 지난해 2분기 8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내려 올 4월 말엔 절반 이하인 4달러가 됐다.

◇무역수지 7년 4개월만에 적자전환 가능성

지난해까지 부진을 면치 못한 승용차와 선박 수출 증가가 그나마 위안거리다.

5월 1~20일엔 각각 12.6%, 21.4% 늘어나면서 증가 폭을 키웠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무선통신기기(5.2%↑)와 가전제품(28.3%↑) 수출도 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반도체의 부진을 만회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석유제품 수출 역시 유가 상승 추세에도 마이너스 성장(-5.1%)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5월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수입액은 276억6800만달러로 수출액보다 19억5900만달러 많았다. 그만큼 무역수지가 적자라는 얘기다.

아직 10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5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면 7년4개월 만의 적자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이 전년보다 42.7% 감소한 건 앞으로의 반도체 수출 전망에도 나쁜 신호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하고 있어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기업 실적도 올해 감소 후 내년 반등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나 무역갈등이라는 변수를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왼쪽 두번째)이 이달 10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반도체 소자 설명을 듣는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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