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무책임이 키운 버스파업 위기

논설 위원I 2019.05.01 06:00:00
전국 노선버스 479개 업체 가운데 절반가량인 234개 업체의 운전기사 4만여명이 그제 노동위원회에 집단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임금보전 및 근무시간 조정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15일 동시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자칫 전국적으로 2만여대의 노선버스가 한꺼번에 운행을 중단하는 교통대란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버스기사들이 강경 투쟁에 나선 것은 처우문제 때문이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근무일수가 줄어 월 임금이 80만~110만원쯤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기본급을 올려 이를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추가 필요인원은 1만 5000여명이지만 실제 채용은 1250명에 그치는 등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 인력 충원이 뒤따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사측은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 책임이 작지 않다. 노선버스는 그동안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해 격일제 및 복격일제 등 장시간 근무체계로 운영돼 왔다. 그런데 지난해 노동자의 건강권 등을 위해 법이 바뀌면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고, 버스 노사는 한목소리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부작용 해소책 강구에 소홀했다. 버스대란은 사실상 정부 무책임이 낳은 예견된 사태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엄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노·사·정 간담회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업계의 반발을 키운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조속히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총파업 예고에 버스노선 감축·폐지, 운행간격 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됨으로써 시민 불편은 커질 전망이다. 부담이기는 요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어느 경우든 정부 정책의 부작용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버스회사와 지자체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실질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와 협의해 버스기사 탄력근로제 확대 등 관련법 개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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