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모델' 들고 간 K-스타트업, 印尼서 승승장구

김정유 기자I 2019.03.25 06:00:00

직방 같은 부동산 중개앱, 캐시 슬라이드 닮은 모바일 광고플랫폼
인도네시아 맞춤형 서비스로 ''변형''
마미코스·캐시트리Ad 등 시장 석권

스타트업 지오인터넷이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 중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마미코스’. 이 회사는 인도네시아 진출 1년 여만에 시장 1위에 등극했다. 사진은 마미코스의 모바일 화면 캡쳐.(사진=마미코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인도네시아에 ‘K-스타트업’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 사용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이미 성공 사례가 있는 ‘한국식 비즈니스 플랫폼’을 현지에 도입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 한국인 스타트업들은 한국식 모델을 현지 환경과 수요에 맞게 변형시켜 인도네시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지오인터넷은 설립(2017년)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에서 부동산 중개 플랫폼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 ‘인포코스트’(InfoKost)라는 유사한 웹 서비스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서비스 ‘마미코스’로 현지에 진출하자마자 시장을 석권했다. 웹 기반의 기존 서비스 대신 빠르고 정확한 모바일 중심의 마미코스가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에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확한 정보 제공, 편리한 사용자경험(UX) 등도 마미코스가 인도네시아에서 호응을 얻은 이유로 꼽힌다.

마미코스의 서비스는 이미 국내에선 ‘직방’이 선보이고 있는 한국식 모델이다. 마미코스는 한국식 비즈니스 모델을 인도네시아 현지에 맞게끔 적절히 변형시켜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원룸’을 구하는 주기가 3~6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소비자들의 중개 플랫폼 사용 빈도도 높은 편이다. 마미코스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소비자층인 20~30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모바일 전략을 펼치면서 현지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마미코스의 인도네시아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다.

캐시트리Ad도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인 스타트업이다. 2015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 중이다. 이 서비스는 모바일 맞춤형 광고를 최적화된 타깃을 중심으로 광고하고, 이를 본 사용자들이 보상(리워드)을 받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 역시 한국에선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캐시슬라이드’와 같은 사업 모델이다. 캐시트리Ad는 한국식 모델을 인도네시아 특성에 맞게 현지화시켜 올 1월 기준으로 17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바일매장 멤버십 서비스 시장에서도 한국인 스타트업의 기세가 무섭다. 스타트업 ‘오잉’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제휴매장 280개를 확보했다. 사용자 수도 설립(2016년) 2년 만에 25만명을 돌파했다. 오잉은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 QR코드를 통해 매장에서 포인트를 적립하고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매장 점주 입장에선 오잉을 통해 효과적인 단골고객 관리와 마케팅이 가능하고 소비자들은 쿠폰 등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 서비스 모델로 꼽힌다. 오잉의 이 같은 서비스 방식은 국내 모바일 매장 멤버십 서비스인 ‘시럽’, ‘도도포인트’ 등과 유사하다.

정대중 오잉 대표는 “인도네시아는 350조원 규모의 리테일 시장에 6000만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거대시장인만큼 최근 그랩 등 모바일 결제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존 고객의 재방문,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브랜드들의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포인트나 스탬프 기반으로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시장도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 한국인 스타트업은 최근 개화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모바일 시장에 한국식 사업 모델을 현지화시켜 시장 선점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최근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추진되는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 스타트업들의 이 같은 성공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과 같이 규모가 큰 시장에 바로 진출하는 것도 좋지만 성장 잠재성이 있는 신흥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 뿌리를 내리는 전략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이미 성공한 전례가 있는 한국식 사업 모델을 현지화하는 전략은 신흥시장에선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엔젤투자사 카카오벤처스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모바일 서비스 유저가 밀집해 있고 한류 콘텐츠 등 외부시장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편”이라며 “한국에서 이미 익숙한 모델이지만 현지 환경과 수요에 맞게 로컬라이징(현지화)돼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는 한국인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어 향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캐시트리Ad가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 ‘캐시트리’. (사진=캐시트리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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