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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로 만든 고기' 대체육 韓 상륙…성공 가능성은?

이윤화 기자I 2019.03.13 05:45:00

동원F&B, 美 대체육 스타트업 '비욘드미트' 제품 유통
'임파서블 푸드', '햄튼 크릭 푸드' 등 대체육 시장 개화기
미국·유럽 등에선 폭발적 성장…한국에선 기술·수요 부족 한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인공 고기 ‘대체육’은 한국에서도 통할까. 동원F&B가 지난달 25일 국내 식품제조업체 중 처음으로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 ‘비욘드미트’ 제품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인 ‘동원샵’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대형마트 등 유통망 입점만 남겨둔 상태다. 유통점 입점 시기는 3~4월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 패티로 만든 머쉬룸 버거.(사진=비욘드 미트 홈페이지)
◇고기의 맛과 육즙까지 그대로…디카프리오, 빌 게이츠 등 투자

동원F&B는 지난해 말 비욘드미트와 제품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비욘드버거’, ‘비욘드치킨스트립’, ‘비욘드비프크럼블’ 3종이다. 재료로 쓰이는 대체육 모두 비욘드미트에서 공급한다. 비욘드미트는 미국 대체육류 시장 선두주자로, 콩이나 버섯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한다. 소나 돼지의 근섬유와 유사한 섬유질을 배양해 고기의 맛과 육즙까지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원F&B 측은 이번에 비욘드미트 제품을 수입·유통하면서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보고 맛볼 수 있는 제품으로 대중화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육류 소비량이 아시아 최대 수준이며, 최근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육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여성들을 중심으로 환경과 채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대체육에 대한 시장가능성도 생겨나고 있어 향후 식품기술 발달과 함께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대체육 시장이 개화기를 맞았다. 미국을 필두로 10여 년 전부터 다양한 대체육 제품이 나오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창업한 신생 기업이지만 미국 전역 1만9000개 소매점과 레스토랑에 식물성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빌 게이츠 등도 비욘드미트에 투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비욘드미트에 투자한 바 있다.

임파서블 푸드의 햄버거 패티.(사진=임파서블 푸드 인스타그램)
비욘드미트 외에도 다양한 대체육 기업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팻 프라운 스탠포드대 교수가 지난 2011년 설립한 대체육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가 대표적이다. 임파서블 푸드는 설립 5년 만에 미국 대형 마트인 시스코 등에 납품한데 이어 세계 최대 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 ‘임파서블 미트 2.0’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임파서블 푸드가 올해 CES에서 선보인 제품은 기존에 출시했던 ‘임파서블 미트’보다 육즙이 풍부하고 고기의 질감을 높여,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외에도 닭 없이 달걀을 만드는 ‘햄튼 크릭 푸드(Hampton Creek Foods)’, 동물 줄기세포를 근육조직으로 분화시켜 고기를 배양하는 ‘멤피스 미트(Memphis Meat)’ 등이 미국·유럽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외서는 대체육 관심…국내는 아직 자체 생산기술 없어

업계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대체육류 개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의 심장병, 암, 치매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환경오염 우려 확산과 동물 복지 등에 대한 교육도 채식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인구 3.3%에 달하는 약 800만명 이상이 채식주의자로 분류되고 있다. 영국에선 2006년 15만명이었던 비건 인구가 10년 만에 54만2000명으로 늘었다. 전 세계 대체육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2억 달러(4조7754억원)였지만 2025년엔 75억 달러(8조5275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육즙까지 비슷한’ 수준의 대체육을 생산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동원F&B와 함께 대체육류 도입설이 있었던 신세계푸드와 CJ제일제당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대체육류 사업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를 기술력 부족과 수요 부족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빌 게이츠 등 자본가들의 투자가 활발한 외국과 달리 국내 기업은 아직 시장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이기 꺼려하는 단계”라면서 “우리나라는 육류를 소비하는 방법 역시 햄버거 패티 등이 아니라 두꺼운 고기를 썰어 굽거나 삶아 먹는 식문화가 중심이어서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의 관심 보다는 대규모 축산으로 환경이 훼손되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식품 소비를 위한 방법으로 대체육류 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콩고기 등을 제조하는 사례는 있지만 채식주의자들 뿐만 아니라 육식을 주로 하는 소비자층까지 수요를 확보하려면 해외 기업 수준의 제품생산 기술력이 필요하다”면서 “진짜 고기 같은 대체육류를 직접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거나 국내 시장의 수요 부족으로 인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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