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의 사람이야기]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위하여

최은영 기자I 2019.03.07 05:00:00

고용 창출 파급효과 큰 새 자동차 공장 반가워
글로벌 車시장 공급 과잉, 경쟁력 우선 챙겨야
원가절감, 공정 혁신…생산성 향상해야 생존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강원대 초빙교수]광주형 일자리의 자동차 생산공장 투자 협상 타결이 이루어졌다. 광주시가 1대주주로, 즉 주인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다. 여러 가지 우려와 기대 속에 시작된 또 하나의 일자리 모델로서 반드시 성
공해야만 하는 정책이고 계속 만들어진다는 구미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 등 같은 형태의 일자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 해야만 탄생의 의의가 있게 된다. 그렇다면 성공을 위한 과제들은 무엇일까?

GM의 한국 군산공장이나 북미공장 철수 등의 사례와 같이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인건비와 생산성 문제로, 혹은 공장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개선으로 기존의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철수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자동차 공장을 국내에 설립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자동차 산업은 직접고용 외에도 많은 간접일자리를 창출한다. 지난해 약 1만 6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한국 GM이 철수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는 20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도 직접 고용은 약 1000여명이지만 간접고용인원은 약 1만 2000여명으로 기대된다. 그만큼 제조업의 고용 파급효과는 크기 때문에 국내에서 제조업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것은 곧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길로 여겨져 왔다.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곧 경쟁력인 시대이다. 일자리 창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단순히 일자리만을 위한 광주형 일자리여서는 안 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많은 ‘세금 일자리’와 차별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가 청년 농부에게 월 100만원의 생활비와 영농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나 창업지원을 하는 등 세금을 투입해 늘려온 일자리와는 다른 ‘진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루살이나 포말(泡沫) 같은 일시적인 일자리 실험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비장한 각오와 대처가 관련자들에게 요구된다.

◇광주형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일자리 전쟁의 서막은 이미 올랐다. 갤럽은 이미 수년전 양질의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전면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세계 70억 인구가 한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란 주당 평균 30시간 이상 꾸준히 일할 수 있고 고용주로부터 정기적으로 일정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영속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내일 사라질 일자리는 개인에게도 국가적으로도 결코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단체와 기업, 국가의 보조로 이루어져 필연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그나마 한전이나 지하철 등은 공공성을 가진 기업으로 국가의 인프라를 공고히 하고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으로 일부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더라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이라는 민간사업의 영역, 그 중에서도 특정 지역의 자동차 사업(일자리 창출)에 내 돈을 투자하겠다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자력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의 합의 없이 국민적 부담만 늘릴 뿐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세금으로 보전되는 제2, 제3의 적자 공기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 시장은 제로섬 게임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신규 차종이던 아니던, 살아남으려면 치열하게 내수에서 경쟁하거나 해외로 나가야한다. 하지만 해외 현지 공장은 국내보다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시장은 이미 공유차 시대를 맞이하여 자동차 소유 자체가 줄게 되며 그나마 있던 수요도 점차 줄어 들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므로 해외 공장을 능가하는 생산성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 다른 생산재와의 가격·상품 경쟁력을 갖춰야만 전체적인 제품의 경쟁력을 갖게 되고 그 일자리는 영속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설립 될 합작기업이 자본금과 급여의 일부를 세금으로 보전한다면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품질이 좀 떨어지더라도 세금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세금이 끊어진다면 사라질 일자리가 아닌 기초 체력이 튼튼한 일자리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생산성과 임금, 근로조건, 심지어는 회사의 존폐까지도 사전에 계획하여 필사즉생의 자세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난관을 헤쳐 세계로 진출하고 좌절과 실패를 딛고 오늘날 세계 속의 한국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그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을 가며 잊지 말아야 할 전제조건들이 있다. 기술경쟁, 품질경쟁, 가격경쟁, 시장경쟁이 생존의 조건이다.

제품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과 개선이다. 끊임없는 혁신과 개선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기존 시장에서는 결국 제품의 성능과 품질, 가격으로 경쟁하고 인정받게 된다. 그것이 확보된 바탕 위에 부단히 성장해 나갈 때 그 제품은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며 영속성을 갖게 된다. 이는 끝없는 혁신과 공정의 개선, 끝없는 원가절감의 노력이 어우러질 때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누락돼서는 안 된다.

둘째, 경쟁력의 근본은 차종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공급과잉 상태여도 결국 중요한 것은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력 등과 그 안의 종업원이 기업이 영속해야 한다는 문화와 공감대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즉 좋은 일자리란 만들어가는 것이고 영속성이 보전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며 그 안에서 고객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기업 만들어야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장의 영광이다. 광주시장이 이 회사의 회장 격이고 운영은 노사가 공동으로 하는 제 3의, 새로운 형태의 공기업이 되었다. 이 공기업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모두가 세계 속에서 살아남아야 영속 할 수 있다는 냉철한 시각을 견지하여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길 기대한다.

더욱이 국민 세금에 손실 없는 자력 운영이 가능한 기업으로서 성장해 국민 부담을 경감 시켜주기를 기대한다. 관련자들의 이름과 명예가 이에 달려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다. 누가 성공과 실패의 주인공인가, 걸림돌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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