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면서 가장 안전하게 다루는 나라를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빅데이터 규제 혁신을 천명하며 던진 말이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전국에 빅데이터센터 100곳을 구축하고 국가기술자격증을 신설해 데이터 전문가 5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행정분야 데이터 혁신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는 경험적 직관이 아닌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행정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부처간 칸막이로 인해 제대로 된 정보공유가 어렵고 중복규제가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며 실무자들은 예산과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난립하는 빅데이터센터…협업은 ‘글쎄’
17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최근 몇년 새 정부부처 내 빅데이터 관련 조직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행안부에는 지난 2015년 조직한 소속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내 빅데이터분석과와 2017년 만든 공공데이터정책과에서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해 12월 사이버보안 빅데이터센터를 만들었고 국세청도 오는 4월 중 빅데이터센터를 출범해 세원 관리와 탈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 부처별로 우후죽순 빅데이터 관련 조직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부처간 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조정해줄 컨트롤타워도 없다. 분야별 데이터 결합과 융합이 빅데이터 분석의 핵심인데도 책임과 성과가 누구 몫인지가 불분명한 탓에 이른바 ‘가욋일’을 늘리고 싶어 하지 않는 탓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은 데이터의 취득과 가공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래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쪽은 무슨 일이 생기면 책임을 질 수도 있어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이런 한계가 있다보니 업무 확장성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행안부 내에는 2개의 과에서 업무를 나눠 빅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하는 일은 대동소이 하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이에 행안부는 연내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목표로 제정안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이 법률안은 행안위에 계류 중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국은 증거기반정책위원회법을 제정해 기관 간 데이터 공유 활성화를 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의 증거기반 정책 사례조사와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이 법안이 생기면 기관간 협업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접근 불가능한 의료·신용정보…인력부족에 허덕
부처간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하더라도 개인의 의료정보와 신용정보 등 민감한 정보들은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여전히 굳게 닫혀있어 유용한 데이터 분석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소위 ‘개망신법’이라고 불리는 중복 규제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특성에 따른 보건정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병에 많이 노출돼 있는지 등을 분석하고 싶지만 의료데이터는 아무리 개인을 인식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더라도 쉽게 가져올 수 없다”며 “혹시라도 보험회사나 회사 인사부서 등에서 이를 악용해 개인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규제는 풀어주되 법 위반시 수백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같은 패널티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인들의 경영의욕을 꺾는다는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빅데이터 업무에 비해 관련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단순히 이론만 배운다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장동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아무리 좋은 데이터가 있어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정부는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그저 개수 채우기 식 빅데이터 분석사례를 찍어내기보다는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적정한 예산을 편성해 민간에 맡기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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