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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표절 논란 외면한 서울대의 윤리의식

논설 위원I 2019.01.18 06:00:00
서울대의 연구 윤리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교수들의 연구 업적이 논문으로 나타나지만 그 표절사태에 있어서는 거의 유야무야 넘어가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배철현 종교학과 교수에 대한 처리 절차가 문제다. 표절 논란에 휘말린 상태에서도 아무런 검증이나 징계절차 없이 ‘정상 사직’으로 처리해 버렸다. 당사자로서는 퇴직금 수령 등 전직 교수로서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의혹은 가리지 않은 채 면죄부만 준 모양새다.

“정식 제보가 없다”는 이유로 검증을 시도하지 않은 것부터가 잘못이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연구보고서’ 조작사건의 경우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보가 없었는데도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검증에 나서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사직서 제출과 관계없이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렸어야 했다. 이런 식이어서는 서울대가 세계 대학사회에서 결코 ‘1류급’으로 올라설 수 없을 것이다.

연구 부정에 대한 서울대의 안이한 대응은 이뿐 아니다. 연구진실성위원회가 12개의 논문·단행본을 표절로 판정한 국문과 박 모 교수에 대한 징계는 4개월째 논의 중이다. “언제까지 뭉그적거릴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2016년에는 박사학위 논문에 “연구 부적절 행위가 있다”고 판단하고도 ‘당시 관행’이라는 이유로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의 표절 의혹을 두루뭉술 넘어가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는 논문표절과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다. 강대희 의대 교수가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총장 최종 후보에서 물러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학교수가 미성년 자녀를 자기 전공논문의 공저자로 올린 부정사례가 전국 49개 대학에서 138건이나 적발됐는데, 그중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에서 연구 부정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국내 최고 대학임을 자부하는 서울대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해야 할 것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표절을 묵인하는 그릇된 풍토를 뿌리 뽑아야 한다. 학문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윤리적 중대 범죄로 간주해 징계시효를 없애는 등 보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 이참에 다른 대학들도 연구 윤리를 다잡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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