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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정 “베토벤·바흐 스토커가 바로 나”

이정현 기자I 2019.01.10 06:00:00

베토벤 바흐 주제로 2년만에 리사이틀
악성 아닌 인간으로서 느꼈을 감정, 연주에 담아
"피아니스트란 이름에 한정되고 싶지 않아"

피아니스트 임현정(사진=봄아트프로젝트)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머리카락이 바짝 서는 음악 들려드릴게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베토벤과 바흐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오디오가이에서 취재진과 만나 “베토벤과 바흐가 느꼈을 인간의 희로애락을 연주로 표현하고 싶다”며 “200년이 지났지만 두 작곡가의 마음과 감정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각오를 남겼다.

임현정은 베토벤과 바흐를 각각 ‘애인’과 ‘아버지’같다고 표현하며 애정을 보였다. “위대한 음악가로 칭송받는 베토벤과 바흐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라며 “그들이 느꼈을 열정과 아픔, 상처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게 현재를 살아가는 연주가의 몫”이라 강조했다.

임현정은 내달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바흐, 베토벤을 만나다’를 연다. 2년 만의 한국 무대다. 베토벤과 바흐의 곡을 한 프로그램에 녹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과 바흐의 ‘프렐류드와 푸가’, 다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연주한다.

임현정은 자신을 베토벤의 ‘스토커’라 표현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음악뿐만 아니라 삶의 행적마저 연구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주고받았다는 편지를 읽고 음악 레퍼토리를 하나씩 분해하듯 탐구하는 중이다. 때로는 베토벤의 삶에서 측은함마저 느낄 정도다. 그는 “만약에 지금 베토벤이 살아 있었다면 옆에서 항상 지켜보는 나를 무서워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베토벤과 바흐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건 어쩌면 저의 음악적인 본능입니다. 피아니스트로서 베토벤은 누구보다 중요한 작곡가죠. 한국에서 처음 리사이틀을 열때 그의 음악을 선택한 이유며 이번 공연에서도 선보입니다. 수년간 공부한 것들을 관객에게 보여 드리고 싶어요.”

임현정은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인터내셔널 버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아이튠스 클래식 차트 정상에 올랐다.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으로 유튜브 스타로 떠오르는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 아니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음악?’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 강연과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2018 스위스 인종차별 금지운동 대모로 임명돼 콘퍼런스도 진행한다.

“어떤 것을 일부러 추구하기보다 닥친 일에 최선을 다하며 인생을 감사히 살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라는 이름에 나를 한정하지 않고 다방면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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