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9월19일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한 대한민국 기업 총수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찾은 기업 총수들이 조속히 대북 투자에 나서줄 것을 거친 말로 촉구한 것이다. 청와대의 요청에 응해 방북에 동행한 기업 총수들은 이처럼 무례한 말을 들으며 냉면을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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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걱정이 됐다. 삼성·현대자동차·SK·LG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섣불리 행동하다가 자칫 미국의 워치리스트(감시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완화 시도에 대해 제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마지막까지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 구간 현지 공동조사를 요청하자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불허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을 이틀 앞두고 미국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인들이 방북한 것은 시기상조였다는 비판도 있었다. 평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기업인들의 방묵은 사실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였던 것이 분명하다. 리 위원장의 발언이 아니었더라도 냉면이 술술 넘어가진 않았을 것 같다.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도 달라진 건 없다. 특히 글로벌 무역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강경하다. 외교부가 ‘5·24 제재’ 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재무부는 우리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에 대북제재 준수를 직접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세금을 매길 준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인들의 방북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들인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기를 원한다. 많은 재계의 우려에도 방북에 적극 참여했다. 북한의 경제건설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는 의사도 확고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뒷받침돼야 더 큰 효과가 난다. 무례한 말이나 거친 행동은 평화무드나 경제협력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계를 바꾸는 힘은 배려에서 나온다. 리선권 위원장은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평화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문제를 풀어가는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