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내역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는 정부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내년에 일부 폐지되거나 삭감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대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5개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없어진다. 검찰청과 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특활비는 올해보다 15∼20%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14개 행정부처의 전체 특활비 예산은 2876억원으로, 삭감 폭이 292억원(9.2%)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정부는 당초 국회의 특활비 폐지를 계기로 “행정부도 기밀유지가 필요한 최소한의 경우를 제외하고 특활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결과는 찔끔 줄이는 시늉만 낸 꼴이다. 더구나 국정원의 내년 특활비(안보비)는 4630억원이 넘었던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국정원 특활비 중 상당한 금액이 과거 ‘청와대 상납’이나 여론조작 등 불법적인 정치활동에 쓰였다는 사실에 비춰 정부의 특활비 개혁 의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투명화 방안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특활비 사용 부처가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장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감사원의 사후 점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의 경우 영수증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데다 국회에서 특활비 내역을 요구해도 거부하는 현실에서 과연 내부 통제로 투명한 집행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특활비를 줄여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면 오히려 외부 감시를 자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정부 특활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보 및 사건 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 외에는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원칙을 세워야 한다. 취지에 어긋나는 불필요한 특활비는 없애는 게 옳다. 아울러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감사원 감사를 강화해 부적절한 집행을 막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처 운영에 꼭 필요한 경비라면 지출·사용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식 예산항목으로 전환하는 게 적절하다. 국민 세금을 ‘눈먼 돈’처럼 영수증 처리도 없이 제멋대로 써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