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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시작부터 '삐걱'…"탈락 이유 모르겠다" 불만 속출

안혜신 기자I 2018.08.03 06:00:00

주택 실거래가 반영 안하는 재산 환산기준 논란
"12억 집주인은 받는데 세입자는 못 받아" 불만
상위 10% 거르는 비용 1600억 "배꼽이 더 크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맞벌이인 김한수(36·남)씨 부부는 최근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탈락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전세로 살고 있지만 대출이 없고, 월소득이 높다보니 상위 10% 안에 포함돼서다. 반면 외벌이 이진호(37·남)씨는 12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지만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집을 사면서 대출을 많이 받은 점이 반영됐다.

김 씨는 “빚만 없을 뿐 우리는 집도 한채 없는데 상위 10%에 들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데도 아동수당을 받는 집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곳곳서 아동수당 지급기준에 불만 토로

지난달 중순부터 아동수당 사전신청 결과가 개별 가구에 통보되기 시작하면서 지급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아동수당은 만 0~5세(0~71개월) 아동이 있는 가구 중 소득 인정액이 전체 가구의 상위 10% 이하일 때 매달 10만원씩 지급된다. 신청 가정의 월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환산액)이 △3인 가구 월 1170만원 △4인 가구 월 1436만원 △5인 가구 월 1702만원 △6인 가구 1968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00% 지급이 아니라 하위 90% 가구만 지원 대상으로 삼으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상위 10%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지급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가정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는 비록 세입자지만, 대출이 없다는 점과 맞벌이 부부로 소득이 높다는 점에서 상위 10%로 분류됐다. 반면 대출로 집을 산 외벌이 이씨는 대출금이 반영됐고, 외벌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으로 인해 김씨보다 소득인정액이 낮게 산출된 것이다.

특히 주택의 경우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자산을 산정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예컨대 실거래가 8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도 공시지가가 5억원이면 재산은 5억원만 인정된다. 대출이 없는 5억원짜리 전세 세입자는 8억짜리 주택 소유자보다 재산이 많은 것으로 잡힐 수 있다.

한 아동수당 신청자는 “공시지가보다 대출액이 커서 재산이 마이너스로 잡히는 경우도 봤다”며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세입자가 주택 소유자보다 불리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시지가로 산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이해한다”면서도 “실거래가로 주택가를 측정할 경우 이를 증빙하기가 쉽지 않아 객관적 지표인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상위 10% 거르는 비용만 최대 1600억

아동수당 지원 대상인 하위 90%를 선별하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상위 10%를 지급대상에서 걸러내기 위한 행정비용이 최대 1600억원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월 보건복지부의 의뢰로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아동수당 선별 지급에 필요한 행정비용을 최소 840억, 최대 1626억원으로 제시했다. 내년부터는 700억~1000억원이 소요된다. 아동수당 지급 첫 해라 전수조사가 필요한 올해보다는 비용이 덜 든다. 하지만 상위 10%를 걸러내기 위해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는 데에 비용낭비란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위 10%를 선별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면서 “아동수당은 양육비를 국가가 함께 부담한다는 의미인만큼 모든 아동이 받아야 할 보편적 권리”라고 지적했다.

선별 작업에 나서고 있는 일선 공무원들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이 제한돼 있어 지급 시기도 미뤄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8월 신청자에게 10월부터 수당이 지급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아동수당 신청자를 대상으로 적합 여부를 판정 중인데 1인당 하루에 최소 30건 이상을 심사해야 할 정도다.

지자체의 한 공무원은 “보통 직원 1명이 하루에 30~40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심사를 끝내고 수당을 지급한 뒤에도 ‘나는 왜 탈락했느냐’, ‘왜 금액이 다 나오지 않느냐’ 등을 묻는 민원전화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신청 기간(6월20일~26일)인 한주 동안에만 108만명이 아동수당을 신청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명씩 재산 조회를 해 자격요건을 따져야하는데 현재 인력으로는 도저히 9월까지 지급하기 어렵다”며 “9월 지급분을 10월분에 소급해 입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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