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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불황이 드리운 출판계에 ‘북큐레이션’ 열풍이 거세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특정 책을 골라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 읽어주는 남자’의 팔로워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한 사람을 위한 서점인 ‘사적인 서점’의 책처방 서비스는 매달 초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예쁜 카페와 북큐레이션을 접목한 ‘부쿠’ ‘최인아 책방’ ‘당인리책발전소’ 등 동네서점은 ‘꼭 한번 가볼만한’ 지역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큐레이션’(curation)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수집하고 선별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미술 분야에서 주로 사용했던 개념이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출판업계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기 어려운 독자에게 맞춤 책을 추천해주는 ‘북큐레이션’이나 특정 장르·저자의 책을 선별해 진열한 ‘큐레이션 서점’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북큐레이션’이 인기를 끌자 대형 온라인 서점도 부랴부랴 큐레이션 서비스에 나섰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해부터 책 추천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서톡집사’를 선보였고, 예스24는 지난 5월부터 미슐랭처럼 맛있는 책을 골라준다는 ‘북슐랭’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2016년부터 북큐레이션 서비스인 ‘책 읽는 옥션’을 운영 중이다.
‘북큐레이션’은 주로 동네서점에서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대형서점과는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기획력을 내세우면서 단골 고객층을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11월부터 모든 책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공정한 가격경쟁이 가능해지자 동네서점의 큐레이션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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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큐레이션으로 무장한 동네서점의 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동네서점 애플리케이션 ‘퍼니플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동네서점 수는 337곳으로 1년새 80개가 새롭게 생겨났다. 2015년 70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3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북큐레이션’ 열풍은 2018년 소비 트렌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올초 제시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마음을 위로하는 플라시보 소비’ ‘나만의 피난처 케렌시아’ 등 트렌드 키워드와 닮았다. 바쁜 현대인은 자신만의 작은 행복을 찾고,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그런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 협회장은 “‘북큐레이션’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든 책을 접하게 하는 하나의 통로”라며 “독서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차별화된 동네서점이 많이 생기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을 동네서점에서 만족시켜주면서 고객이 유입된다”며 “올바른 독서문화를 이끌기 위해 전문화된 북큐레이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