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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오후 2~3시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이 의원은 이날 일반 병동으로 옮겼다. 입원 당시 이 의원이 의식이 없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당일 저녁쯤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당초 2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으나 하루 전 저녁 갑작스럽게 건강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국정원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이 전 의원을 2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출석을 통보했다. 지난 23일 이 의원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자택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한일의원연맹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를 확보하면서 소환 사전 정지 작업을 마친 검찰로서는 다소 허탈한 상황이다.
검찰은 이 의원이 지난 2011년 초반 원세훈(66·구속) 당시 원장의 지시로 목영만 전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억대의 국정원 자금을 한 차례 직접 받았다고 보고 관계자들을 상대로 혐의 인정에 수사력을 쏟았다.
검찰은 이 의원의 불법 자금 수수 혐의가 지난 2011년 2월 국정원 요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다가 발각되는 사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당시 여야 모두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원 전 원장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는 분석까지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병원행은 혐의 규명의 장애물로 떠올랐다. 이 의원에게 건네진 자금의 이동 과정이 다른 특활비 전달과 달리 간단한 것에 주목한 검찰로서는 이 의원의 건강 악화는 수사 속도를 내는 데에 지장을 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26일 정상적으로 출석한다고 하더라도 몸 상태를 이유로 시간을 끌거나 조기 귀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의원이 받은 억대 자금과 달리 이제까지 드러난 다른 국정원 특활비의 이동 경로는 중간 지점에 청와대가 있어 혐의 규명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당장 김진모(52·구속)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지난 2011년 4월 목 전 실장에게 건네받은 ‘관봉’(官封) 형태의 5000만원만 해도 장 전 비서관으로 이어지는 중간 과정이 비어있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에게 국정원 자금을 받아오라고 지시한 인물이 장 전 비서관에게 자금을 전달한 동일인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내부에서 총무기획관과 부속실 두 곳이 서로 모르게 자금 전달·보관 역할을 수행해 수사 초반 자금 흐름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에 애를 먹었다. 이에 따라 검찰로서는 국정원에서 출발한 자금이 여러 사람을 거쳐 단계적으로 수수한 사건보다는 한 번에 전달받은 이 전 의원의 사건 진상을 규명하는 데 힘을 쏟던 차였다.
검찰은 이 의원이 소환조사 중 돈을 받았다고 인정할 경우 특활비 수사 중 처음으로 자금 공여·전달·수수자를 모두 밝혀내는 것이어서 이번 소환 일정에 매우 신경을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환된 원 전 원장과 목 전 실장 모두 자금 공여와 지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어쨌든 (이 전 의원 측이)나오겠다고 통보했으니 우리는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장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불발도 악재다. 검찰은 지난 23일 MB정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당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 하기 위해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국정원 자금을 전달(장물운반)한 혐의로 장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과 임태희 당시 비서실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이에 실패하면서 수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